3.6 : 가각(街角)

피아니시모 - distance

"시모! 시모!"

 

 

"Happy Graduation!!"

 

폭죽이 터지고, 이윽고 친구들이 자신의 어깨를 감싸며 장난을 쳐보았다.

 

 

"You too, Happy Graduation."

 

 

"우리 졸업 기념 사진찍자!!"

 

 

"사진기는 있는거야?"

 

 

"나를 뭘로보는거야 시모"

 

 

한석이 자신의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들더니 옆의 친구에게 건네주었다

친구는 다 찍고 나도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모이라는 시늉을 했다

 

"뭐야, 둘만찍는거야?"

 

"스비틀라나 , 너도 이쪽으로 와"

 

스비틀라나가 구석으로 끼어들더니 브이를 지어보였다.

 

모두 웃는 그 가운데, 웃을수 없었다

 

 

-

 

"마지막이야"

 

"알아, 시모"

 

"나도 알아"

 

 

셋은 말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었다, 하얀 입김이 나오는걸 확인하고, 해가 지는것을 확인하고서야 입을 뗏다.

 

 

"......입학날....와줘."

 

"응."

그리고, 

말하지 못한말을 내뱉으면서 주위 친구들을 둘러보았다.

친구들은 앞으로 가다가, 문득 내가 발걸음을 멈추자.

무슨 일이냐는 듯이 나를 뒤돌아보았다.

 

 

"....저"

 

미안한 얼굴로 한석을 쳐다보자, 한석이 괜찮아 뭐 어때, 라며 살풋 웃었다.

스비틀라나만이 모른채로 고개를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스비틀라나에게는 아직 말하지 않았다.

눈치를 챈 모양인지 한석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나에게 괜찮겠지? 하고 묻고는.

그래 괜찮겠지, 하고 다시 말을 내리며 자문자답했다.

 

 

"무슨 얘기야?"

 

 

"어...아니, 그, 라토르에 관한 얘기"

 

 

조금은 불안정했던 그때를 생각했다.

그 이후로, 무어라해야할까, 나는 피아노를 치는것은, 그만두기로, 했다.

 

정확히는 이제 치지 못하는 것이지만.

 

 

갈림길 사이에서 나타난, 편지칼과 같은 빛깔의 사람은. 나에게 기묘한 말을 건넸다.

 

"그리워?"

 

 

그의 보라색 눈이 순간 어떤 색으로 빛난 것 같았다.

 

"네가 알아봐주어야 할 것이 있어, 네가 필요해"

 

 

네가 떠나버린 그 건너편 사이로, 그 사람은 내 손을 잡고 이끌었다.

사이를 갈라놓던 구멍에 땅이 메꾸어지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가슴 속에서, 무언가 갈라지면서 거기서 또 무언가가 피어난 느낌.

 

 

 

 

 

 

 

다른 고등학교로 가게 될 꺼라는 형의 말에, 굳은 다짐을 했던것은 사실이다.

새로운 출발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게 여기서의 모든것을 버릴 가치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야 정한석, 나 잊을꺼냐?"

 

"오글거리게 얘가 왜이래 진짜"

 

 

장난치듯이 그렇게 달라붙으니, 와하하 하고 웃고선 스비틀라나가 나에게 또 달라붙었다.

빙판길이다보니, 두사람의 무게를 지탱하고있던 한석이 무게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져버렸다.

 

그래, 너희와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아직 만나고싶은 사람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