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꿈

Empty - 上

건펫 2014. 2. 16. 23:15
하일은 악몽같은 꿈에서 깼다.

저번의 페르소나 각성 후로, 심신이 피곤해진 참이었다.
무의식적에 잠재워져있던, 

그것은 확실히 내 모습이다.

자신에 대한 공포감과 경악감에 손에 얼굴을 파묻고, 몸을 말았다.
이불 위로 드러난 상체가 그날따라 유난히 시렸다.


empty 上



레다 순환노선은 언제나 경치가 좋다,
에우로파에서는, 조금 어두컴컴하면서도 빼곡히 들어선 공업지구가 나름 볼만했다.
새벽 일찍부터 차르륵 거리는 셔터소리나, 문 소리를 듣고 있자면, 그건 마치 악기소리같았다.
노선을 타면, 마치 도미노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들이, 새벽의 고요함에 둘러싸인다.

그러나가 가니메데나 이오지구로 들어서게 되면 화려한 밤거리나, 에우로파와는 다른
, 마치 그래, 별같은 등불들이 환히 주위를 밝혔다.


하일은 에우로파보단 가니메데나 이오지구가 좋았다.

밤만 되면 어두컴컴해지는 그곳은, 그리고 무리지어 다니는 그들을 보면 그닥 좋은느낌이 들지 않았다.
게다가 환히 빛나는 존재도 없고, 가로등도 그나마 희미하게 거리바닥을 비춰줄 뿐이었다.

그냥 자신은 별처럼 환한, 그런 존재가 좋았다.
애초에 육안으로 별은 그닥 환하지 않으니, 그것보다 더 밝은 존재를 찾아 기대고 싶은 마음도 있을것이다.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별을 좋아했다.
어째서인지는 몰랐다. 그냥 그렇게 광적으로 별을 좋아했고, 별에 관한것을 모으고, 망원경을 사고, 뗄 수가 없게 되었다.
자신의 방안에 쌓여있는 천체도나, 천구도나, 어렸을때부터 지구본을 그다지 본 기억은 없었다.
세계지도를 본 기억도 그다지 없었다.
아니, 솔직히 모국의 지도를 그리라고 하면 어렴풋이 다른 사람은 그릴 수 있었지만, 자신은 그러지 못했다.
그런 것 보다는, 별자리가 어느쯔음에 있는지, 하늘에 손가락을 대고 그렇게 그냥 그리는것을 더 좋아했다.


'네가 별을 왜 좋아한다고 생각해?'



하일은, 한손으로 가방을, 한손으론 한손에 꼭 들어오는 망원경을 쥐고선 레다 순환 노선에 몸을 이끌었다.
그건 나다,


추악하지만 자신의 모습이란걸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어렸을때부터, 별을 좋아한것과 관련이 있다면,
아마 나의 그 생각도, 아주 어렸을때부터일것이다.

새로 안 사실은 더욱더 그 쉐도우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만들었다.
이때까지의 자신이, 그냥 한심한 빈 껍데기로만 보였다.


자신의 생각이 어떤지를 모른채, 
그저 이리저리 사람들의 생각에만 이끌려 다니는 사람.
아니 솔직히 그편이 남의 눈에는 정상적이게 보일것이다.

알맹이가 채워진 자신은,
마치 싸이코패스같은 논리에 사로잡혀 있어, 스스로도 어이없을정도였다.

진짜 자신과, 이성이 충돌해 하일은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기분이었다.
이상태라면 쉐도우토벌에도 무리가 있을것이다.

어찌되었든 빨리 털어내야했다.
노아가 약해지는건, 팀에게 짐이 될 뿐이었다.


아직 도착하려면 많은 시간이 남았다.
망원경의 토돌토돌한 감촉을 지문에 새기며, 하일은 창에 머리를 기댔다.

어제의 악몽으로 인해 눈꺼풀이 들어올려지는 느낌.
얼굴근육이 당겨왔다. 끝까지 당겨오다가 마지막에 탁 풀리는 느낌.
눈이 위로 올라가버리는 그런 느낌.

잠에 빠지고 있단걸 느끼며 하일은 그 상태로 잠들었다.



'잘 보렴 하일.



상류층이든, 하류층이든,
저 사람들 모두 죽음 앞에선 어쩔 수 없다.




그런걸 네가 맡게 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