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꿈

일보

건펫 2014. 2. 16. 23:20





3389년[일보]

 

 

별다른 손익도, 사건도 터지지 않는다.

일보의 한 귀퉁이에서는 며칠째 계속 레지먼트나 제국에 관한 이야기들이 가끔 실릴 뿐이었고,

별 다를 일이 없는 나날들이다, 적어도 오필리어에겐 그랬다.

 

전쟁이나 어딘가의 누구누구, 혹은 어딘가의 무언가가 없어졌다, 하는 것은 이제 오필리어에게 식상했다.

며칠 전 부터 깨닫는 것이 있다면, 전부 소멸에 관한 것 뿐이란것.

세상의 정보는, 생성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살인, 전쟁, 붕괴, 

생성에 관한 이야기에도 그 끝은 항상 소멸에 관한것.

오필리어는 그건 어쩔 수 없는 이치라고 항상 이해하고 있다.

생성되는건 소멸되는것, 그건 이어져 있고 인간은 자연스럽게 후자에게 관심이 가는 것이다.

전자를 택해도, 그것은 자연스럽게 소멸로 이어진다.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정해지는 것이다.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그것이 차갑게 변한 걸 깨닫고 나서야 사색에서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앞에서 신문을 밑으로 걷어 내리는 손에, 커피잔을 응시하던 눈을 거두고 자신의 위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말없이 서있기만 하는 남자를 보며, 오필리어는 커피잔을 거세게 내려놓았다

 

「이넉, 상담이면 미리 편지로....」

「...상담이 아니다」

 

이넉이라 불린 남자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오필리어의 이름을 잔잔히 불렀다.

 

오필리어는 손님을 예약제로 받고있었다.

그 자신 멋대로 하기 위함도 있고, 상대를 믿지 못함도 있다.

멋대로 불리워져서 나갔다가는 무슨 봉변이 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오필리어가 배운건 그런것 밖에 없다.

항상 중립이라는 입장은 어느쪽에서도 미움을 사기 쉬운편이다.

하지만 그 내에서 영향력이 커지면 그 누구도 어찌할 수 없다는 점을 파고드는 것.

 

오필리어를 찾아오는 사람이라면 예의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이었다.

모르고 있다고 해도, 이넉이 일러주면 어쩔 수 없이 모두 돌아가곤 한 것인데,  오필리어는 이넉에게 타일러 보러고 말해보았지만,

여전히 그는 고개만을 절래절래 젓고 있을뿐, 그 어떤 확답도 주지 않았다.

 

「엔지니어? 협정심문관?」

「..여자아이...?」

 

오필리어가 더욱더 알 수 없다는 눈을 하자, 남자는 어깨를 한번 움츠려보이고는 뒷문으로 향했다.

 

「주간지 사와」

거의 다 읽은 일간지를 반쯤 접고, 오필리어는 밖에 대고 소리쳤다.

곧 이어 알았어, 라는 작은 말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그 이후로부터 오필리어는 신문을 놓는 법이 없었다.

다른 곳에서의 신문도 전부 밤을 새서 읽곤하는게 오필리어였다.

오필리어는 어쩔 수 없이 후드를 뒤집어 쓰고, 한손에는 적당한 무기를 들고 복도를 통해 밖으로 나갔다.

 

밖에 서있는건 1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은색머리에 갈색 모자를 눌러쓴 여자아이였고, 그때문에 오필리어는 당황했지만 아닌 기색을 띄웠다.

여자아이의 그 조심스러운 눈을 오필리어는 알고있었다. 자신을 못미더워하거나, 아니면 그의 손님이거나,

 

「당신이 여기서 12아르레 뒤의 골목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해 알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정확히는 13아르레의 골목이었다. 그다지 이 흉흉한 판데모니움에서는 그다지 눈에 띄지는 못하는 사건이었다.

여자아이는, 그 피해자나 가해자와 관련이 있는걸까, 뭐 요새는 그런 일만 전문으로 하는 사람도 있다고하니, 어찌될지 오필리어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마치 네가 어떻게 알고 있느냐, 의 눈초리와, 의심이 가득한 얼굴을 받은 오필리어는, 자기 앞의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아이에게 살짝 피해자와의 관계를 떠보며 후드를 벗었다.

그런 특별한 관계는 없다고 부정하는 아이의 표정이나, 손동작, 발동작 등으로 보아서는 거짓이 아닌것 같았다. 거짓말에 완벽하지 않다면.

 

「날 범인으로 몰고있다던가 하는 허무맹랑한 짓을 하는건 아닐까」

「그냥 얘기를 들으러 왔을 뿐이에요,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그 정도는 아니까.」

 

여자는 주위를 둘러보며 주머니를 매만졌다. 

위험하다면 총이나, 대거같은걸 꺼낼 심상이겠지.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주위에 있는 것은 오필리어 뿐이었다.

이 아이의 정체나 실력을 볼 수 있는 명분은 우선 놓친것이 분명했다.

 

아이가 말하는 사건이라면, 확실히 오필리어가 알고 있었다.

그 사건이라면 정말 작은 좀도둑에 의해서이다. 

그저 돈 많은 부호가, 돈을 들고 길을 가다가 도둑이 상해를 입혀 돈을 가져간 전형적인 패턴일뿐, 거기서 더할 것은 없다.

하지만 조금만 파고든다면 확실히 무언가가 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내부의 일에 대해 말하기에는 뭔가 조금 섭섭했다.

평소같으면 대가를 바라는 오필리어겠지만, 외부적인 일-시시한 사건-에 이런 어린아이라면 그다지 켕길것이 없기도 했다.

어째서 총이나 대거로 추측되는 물건이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이 시기에 고아나 부랑민의 아이가 아니라면, 저런 무기 한 두개 가지고 있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고,

오필리어 앞의 아이는 고아나, 부랑자의 아이같지는 않아 보였다.

 

「좀도둑 사건이지」

「....그게 끝?」

「애석하게도 좀도둑까지는 몰라, 그랬다면 경찰이 벌써 여길 찾아왔겠지」

「.....리네이, 탐정이에요」

 

오필리어는 아이의 말을 듣고 알듯 모를듯한 표정을 지었다.

 

원하는 것을 얻고자하면 무언가를 하나 내놓는 것.

오필리어에겐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철칙이었다.

 

「뭐, 좋아, 기억해두지.」

 

오필리어는 눈을 흘기며, 어린 탐정을 쳐다보았다.

「.....범인과 관련이 있는것이면 되나?」

「.....」

 

「....목격자가 셋이지」

「...행인, 마부, 두명뿐인데...」

「...그 부호, 기계마를 쓰지 않았나?」

 

 

말을 마치자 급하게 뛰어나가는 여자아이를 오필리어는 한동안 쳐다보았다. 

기계마를 언급한 것은, 기계마의 코어회로에 그당시의 상황이 기록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쨌든 판데모니움에서의 기계는 모두 중앙의-코어나, 그외 다른-곳으로 모여있게 되어있으까, 항상 철저한 감시를 요하는 것이 판데모니움이었다.

난생 처음 이 일을 시작하면서, 어린아이를 마주칠 일은 적었는데.

세상은, 벌써 어린아이가 이런 일을 할 정도로 피폐해진것인지 조금은 씁쓸함이 돌았다

 

 

「오필리어」

「아아, 이넉, 그런 여자아이 하나도 해결못하면 어떡해?」

 

이넉의 성격상 여자아이를 쉽게 바람맞힐 성격이 아니란걸 알았지만서도, 

괜시리 아까의 평화로운 사색을 망쳐놓은데 있어서의 질타를 했다. 

그러고는 오필리어 이넉이 손에 들고있는 주간지로 시선을 옮기고는, 재빨리 그의 손에서 낚아내 첫 면을 읽기 시작했다.

 

 

「소용돌이가....사라졌다.」

 

오필리어는 망연자실한 눈으로, 주간지의 일면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뿐이다.

 

「성공 가능성은!!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진정해라, 오필리어」

 

오필리어는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웃어야할지, 아님 웃어야할지, 아님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화내야할지.

그저 미묘한 표정으로 ,오필리어는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몰라서, 그저 다 구겨져 쓸모없어진 종이를 들고 몸을 떨었다.

 

그것이 원망의 대상이 사라져버린데에 있어서의 느낌이란걸, 오필리어는 알았다.

그토록 원망했는데도, 막상 사라지니 별 감흥이 들지 않는 자신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다.

 

 

「...돌아갈 곳이, 없어졌구나 오필리어」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