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bgm-마라시 pianissimo OST
"편지를 익명으로요!"
편지.
그 말 한마디에 순간 얼굴이 밝아진건 그래 사실이었다.
아무 말 없이 이대로 끝내는건 조금 그냥 그렇다고 생각했던 참이었으니까.
이곳에 오고 나서, 무언가 미안한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모두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었으니까.
물론 편지를 배달하지 않아도 분명 자신은 고맙다는 말을 전하기야 했겠지만은.
개개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다 달랐기에.
모두가 모인 그 자리에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만 달랑 하기에는 무언가 가슴속에서 이것저것 걸렸던 것이다.
어찌보면 사소한 일에 신경쓴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헤르는 그렇게 생각했다.
개개인은 모두 다 다르다. 비슷한 것이 있을지라도.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나, 어떤 것을 느끼게 되는 방식, 감각 그 모든것이.
어쩌면 그걸 모두 파악하고 편지로 그것들을 고려해서 적어내리는건 어찌보면 무리일것이다.
그래도 그것을 파악해주어서 적어내려, 감사하다는 인사를 적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진정으로 감사하는게 아닐까. 하는 그런 마음이었다.
자신이 그런 편지를 받게 된다면, 분명 기쁘겠지.
자신을 신경써주고, 생각해주고, 또 그것에 대해 고려해주는 그런 사람들이 주위에 있단 소리.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고마울 따름이었으니까.
그러하야 헤르가 열매나 이것저것 잡다한걸로 어지러져 있는 책상 한구석을 뒤져서 편지지를 꺼내는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비록 저번에 떨이 세일할때 샀던 밋밋한 단색 편지지만. 이것저것 나름 그림이라도 그려보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조금은 불안한 생각으로.
그래 실은 편지지를 맨 처음 잡고 고민되는게 이것이다
누구한테 쓸것인가 하는. 정말 간단한 문제 같으면서도 막상 어떤이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있는것.
이미 쓰기로 결심한거, 어떤 누군가에게만 찝어서 준다는건 무리겠지- 하고 헤르는 생각했다.
빌라 내의 사람들은 다들 친절하고, 모두 자신에게 해 준 것들이 많았기에. 어느 누구만 딱히 골라서 쓸 것이라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그래, 그냥 이왕 이렇게 된거 모두에게 쓰도록 하자.
자신이 아는 사람들의 이름 모두 하나하나를 다른 종이에다가 적어 내려가면서, 헤르는 시종일관 걱정스러우면서도 계속 마음이 들떠버렸다.
문득 쓰다가도, 모두 다 자러가버린 새벽시간이었기에, 졸리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혹여나 옆방에게 방해가 될까봐, 모든 불은 끄고. 앞에서 따뜻함이 같이 흘러나오는 스탠드 하나로 자신은 의지하고 있었다.
근래에 일찍 자지 않아서일까, 눈가가 시큰거리며 아파오기 시작했음에도, 헤르는 이름을 적어 옆에 적을 내용들을 조금씩 꼼꼼히 적어내려갔다.
음, 그래. 오늘 모두 다 쓰는건 무리라는것을 자신도 안다.
아마 편지는 내일쯤 다 써서 펠리에게 전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헤르는 펜을 한바퀴 휙 돌렸다.
펠리에게도 하나 써줄까. 하는 생각에 잠깐 웃음을 흘리고는 이름을 적어내려간 종이에 펠리 라는 이름도 동그라미를 쳐 안에 넣어놓고는 턱을 괴었다.
내일 모두에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그래 실은 그 리스트에 적어놓지 않은 이름이 있다.
헤르는 청록빛깔 편지지를, 몰래 우체통에 넣어두고선 다시 방 위로 올라왔다.
편지란 소리를 듣자마자 생각난 사람이었다.
자신인게 티 나지 않을까?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에 최대한 자신임을 감추고,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몇번이나 지우고, 다시 쓰고를 반복한 사람.
최대한 헤르는 빨리 이 편지만큼은 전달해 주고 싶었다.
비록 자신의 마음을 담지는 않았지만, 제일 먼저 고맙다고 말해주고픈 사람.
제일 먼저 정리되지 않은 마음으로 편지를 급하게 써내려서, 실은 지금 자신이 편지 안에 무슨 내용을 적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것은 그냥 고맙다는 그런 말 뿐.
오늘 오후에, 편지를 받고 기뻐할 얼굴을 생각하니 절로 헤르의 얼굴엔 웃음이 드러났다.
빨리, 편지가 발송되었으면 좋겠다.
자신에게 올 편지와, 자신이 보낼 편지들을 기대하며, 헤르는 계단을 올랐다.
--
그 엔딩 전날? 2일전쯤? 그때 써놨던건데
들켰죠
메모가 그렇게 빨리 헤르편지인줄 눈치챌줄 몰랐어요
후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