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서로를 부르는 목소리. 마주치는 눈.
이윽고 아무말도 아니라는 듯 다시 고개를 돌리고 그와 그는 애꿎은 땅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이 미묘한 공기를 참을 수 없다.
" 오소마츠 형은? "
"오. 없다. "
방금 외출준비를 하더라고.
방으로 들어온 쵸로마츠에게 리모콘으로 TV채널을 넘기며 간단히 대답해주다 아차, 하곤 음소거 버튼을 눌렀다.
아니나 다를까. 고타츠 안으로 몸을 꾸물거리며 파고드는 쵸로마츠에 한숨을 한 번 폭 내쉬었다.
이윽고 아무말도 아니라는 듯 다시 고개를 돌리고 그와 그는 애꿎은 땅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방으로 들어온 쵸로마츠에게 리모콘으로 TV채널을 넘기며 간단히 대답해주다 아차, 하곤 음소거 버튼을 눌렀다.
아니나 다를까. 고타츠 안으로 몸을 꾸물거리며 파고드는 쵸로마츠에 한숨을 한 번 폭 내쉬었다.
마치 얼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고민들이 나를 봐줘! 하고 아우성 치는 것 같아. 마저 눈을 tv에 고정 시키지 못하고 그를 그저 빤히 바라보았다.
바라보니 너는 그저 어색하단 듯이 나에게 한번 웃어보이고는 고타츠의 이불단을 끌어 자기 입을 가려보였다.
무릎을 껴안으며 입을 가릴 정도로 고개를 푹 묻는 습관은 네 전매특허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마 오소마츠 일려나.
쵸로마츠는 생각이 많은 아이기도 했다, 이런저런 고민을 달고 다니니 입이 그렇게 축- 처지는 거야~ 라고 토도마츠가 장난스레 말하기도 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가 이렇게 생각이 많아 진건 아무래도 고등학교 이후였을거라고. 스스로 정의내리곤 끄덕인다.
그의 빼꼼 나온 눈을 물끄럼 보니, 그게 또 쑥스러웠는지 얼굴마저 묻어버린다.
"이불 씹지 마라."
" 안해, 그런짓"
그가 어색할까봐 음소거를 풀고는 소리를 4정도로 작게 키워놓는다.
평소라면 보지도 않을 뉴스채널이지만, 아나운서의 소근거리는 음색은 아마 그를 사색에 잠기게 만들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
오소마츠와 쵸로마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그도 그럴게, 집에서 많이 마주치다 보니 이 쌍둥이란 녀석들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여기저기, 형제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로 튀어나가기 시작했고.
그나마도 형제가 여섯이나 되면 게 중엔 맞는 녀석들도 있고 아닌 녀석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 주로 나는 토도마츠에게 연극부의 일을 말하거나, 쥬시마츠와 가끔 야구를 하거나 했지만- 이치마츠와도 얘기를 하긴 했다만 그닥 나를 좋아하진 않는것 같기에 일방적으로 얘기만 하는 관계가 되어버렸고.-지금도 여간 그렇지만 오소마츠와 쵸로마츠의 그 미묘한 관계 속에 자리잡긴 싫었던 것이다.
실은 오소마츠- 하면 자연스레 쵸로마츠가 따라올 정도로 어렸을 때 서로 제일 잘 맞고 잘 어울리던 두사람이었기에 여섯명 중에서도 두명만 따로 툭 떼어놔 없어도 아이들은 이상하게 보진 않았다.
분명히 어딘가에 장난이라도 치러 가지 않았을까? 아님 혼나고 있는거아냐? 같은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았을 뿐이다.
그럴 정도로 서로 잘 맞고 매번 붙어다니기만 하는게 일쑤. 실은 서로 잘 맞는다는건 그녀석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단어였다.
쌍둥이들 중에서도 성격이 맞고, 하는 행동이 같고. '아'를 말하면 '어'를 바로 뒤에 말할정도로, 그래 이를테면 그런 사이를 말하지 않아도 대충 아는 사이라고 하던가.
그들은 눈짓으로 무슨 행동을 해야할지 알고 있었고, 무슨 생각, 무슨 감정을 가지는지 알 수 있었다.
쌍둥이 중에서도 쌍둥이, 그래, 생김새며 하는 행동이며, 그들은 모든게 똑같았다. 마치 정말 같은 사람 두명을 뚝 떼어놓은 듯한.
그게 틀어진게 바로 그때 느낀 미묘함이 시작한 시기였을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형을 놔두고 철이 들어버린 그는 손에 형제의 손보다는 항상 책을 끼고 다녔고. 오소마츠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듯. 그냥 자기 할일 만을 계속 했을 뿐이다.
- 정확히는 둘이서 했던 행동을. 혼자 하고 있을 뿐이지만. 물론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고.
나는 그 미묘한 관계 속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나 친했던 두 사람이 멀어졌다는 것 만큼 그 사이를 어색한 공기로 채우는 것은 없다.
같이 있으면 일방적으로 잔소리를 하다 포기하기 급급했고, 한쪽은 그저 대충 알맞은 말로 그 말들을 받아 치다가 포기하면 말끝을 흐리기 급급했다.
집에 있을때도 그건 마찬가지였고,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찌보면 제일 '쌍둥이'라는 단어에 부합하던 둘이, 순식간에 남남으로 보일 정도로 확연히 다른 개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다만 나는 그 '관계'속에 끼어 들기 싫다는 어떤 추상적인 생각만을 하고 있을 뿐이었지 그 관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진 못했다.
*
쵸로마츠가 특이한 자세로 고타츠 안에서 잠든걸 확인하곤, 별 수 없네- 라고 생각하며 TV의 전원을 아예 꺼버렸다.
귀에 들어오지도 않은 뉴스, 계속 거슬리기만 했던 자신의 동생.
카라마츠 본인은 스스로 이상한 자세로 잠들어 있는 동생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자리를 박차고 다 먹어버린 귤과 그 잔해-껍질-을 소쿠리에 담아 주방으로 기듯 걸어갔다.
그대로 수북히 귤 껍질이 모아져있는 곳에 골인. 자신이 귤을 까다 몇개 떼어낸 흰 껍질이 마치 아까부터 계속 심기를 긁는 것 같은 느낌을 표현하듯 후두둑 떨어졌다. 그 관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된 계기. 그건 그냥 의미없이 잠을 자다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던게 화근이었다.
다시 새 귤 박스에 들어있는 귤 몇개를 빈 소쿠리에 담아 나름 추워진 온도에 몸을 한번 바르르 떨었다.
점프슈트만 입기에는 쌀쌀한 날씨다. 조만간 다른 옷을 꺼내야할지도.
그래, 문지방 사이로 살짝 보이는 것은 잠든 남동생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꼬며 만지고 있는 자신의 형.
밤중에 몸을 일으켰을때도 보았었던 표정과 똑같은, 마치 자신에게 제일 소중한 장난감을 앞에 두고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어린아이의 표정.
그건 명백히도 내가 그 둘의 사이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때 일어난 일.
그걸 보고있는 것만으로도 어떤 간지럽고 애닳픈, 그런 감정이 넘쳐흘러서.
"미묘한 간지러움이 넘치는 것 같아"
"응?"
아니 아무것도, 하고 문을 열며 최대한 자신답게 머리를 몇번 정리하곤 멋진 포즈.
오소마츠는 그걸 들었는지 아닌지 모를 웃음을 짓곤 뭐야 하지마~ 아파~ 하고 빈정댔다. 그리고 이내 거두어지는 손.
귤을 까다가 TV전원을 켜 이리저리 채널만 계속 돌리는 형의 아린 모습에 담배필래? 하고 말을 꺼냈다.
*
"언제부터 저러고 잤어?"
"어?"
"쵸로마츠 말야"
담배를 한모금 마시기는 커녕, 그저 태우는걸 구경하려고만 온 건지. 오소마츠는 말없이 담배 끝만을 멀뚱히 바라봤다.
밖에 나오자마자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더니, 묻는건 동생의 일.
서로 은근히 신경 안 쓰는 척 하지만, 항상 서로가 안 보이는 곳에서 모르게 슬쩍슬쩍 묻는 질문들이었다.
모른다, 본인에게 물어봐라. 하는 말을 몇 분 동안 마음속에서 굴리다 뱉고는, 부러 쓴 썬글라스를 다시 똑바로 쓰며 시선을 돌렸다.
*
결국 오소마츠는 그의 동생에게 농담만을 건네고 아무런 것을 묻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
그건 그냥 의미없이 잠을 자다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던게 화근이었다.
아니 몸을 일으켰다기 보다는 그냥 살짝 팔로 바닥을 짚어 상체만을 들어올렸다.
곧바로 일어나지 않고 그런 행동을 한 이유는 자신의 옆에서 두런두런 들려오는 말소리들 때문이었다.
어라? 분명 모두 내일 일이 있다고 일찍 자지 않았나?
벽에 걸린 아날로그 시계는 벌써 새벽 2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뭐지, 유령인가.
그런 얼토당토 없는 생각들을 해보다가 그럴리가 없지, 에이 2시는 지났는걸, 하고 몸을 조금 더 일으켜 살짝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쥬시마츠 잠꼬대 해?
멍하니 물어보려던 말은 목 안쪽으로 삼켜들어가고, 그는 그냥 다시 몸을 낮춰 이불을 고쳐 쓰는 흉내를 낼 수 밖에 없었다.
우리 형제잖아?
응.
내가 무슨말하려는지 아는거야?
형이잖아, 오소마츠 형.
손 시려워.
카라마츠 스스로가 자신의 형과, 남동생의 그 '관계'속에 끼어 들기 싫다는 구체적인 이유가 생김과 동시에 그 관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된 계기. 그에게서도 미묘한 기분이 피어오르는 때가 이때였다.
'그런거 가능한거야?'
'아니, 일단 우리 같은 얼굴이라고.'
'시간이 지나고 애인이 생기면 아니겠지.'
근본적으로 의문이 듦에도, 자신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할지 전혀 몰랐다.
자신은 오소마츠도, 쵸로마츠도 아니었다. 어떻게 서로에게 그런 감정을 지니게 되었는지도, 해결책으로 무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건 당연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기야 했지만, 그건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걸 아는건 시간문제였다.
카라마츠 스스로 자주 가던 렌탈샵을 놔두고 서점에서 나르시즘이나 근친에 대한 것을 읽게 된 사건은 그 대화를 듣고 난 다음 일주일 이후의 일이다.
*
"이거."
쓰고있던 썬글라스를 밑으로 내려 , 위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쵸로마츠를 향해 마이 브라더- 무슨일이지? 하고 말하다 중간에 끄응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사람은 사람속에 , 나무는 숲속에 숨기는게 제일이라는 말은 요새 안통한다는 말을 곱씹곤 멍청히 책장에 넣어둔 자신을 조금 탓했다.
쵸로마츠는 자신의 앞에 양반다리를 하고 풀썩 주저앉더니 자신이 자신과 더불어 함께 내려놓은 앞의 책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치 누군가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건네려다 목이 틀어막혀 나오지 않는 다는 듯이 입술을 꾹 깨물고, 짐짓 책에게 화를 내듯 분해보이는 눈에, 잡고있던 썬글라스를 다시 쓰고 애써 쵸로마츠를 향한 눈을 거두어 천장만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썬글라스에 투과되지 못한 빛이 세상을 더 어둡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서점에서 그냥 슬쩍슬쩍 염치 없이 보는 것만으로 충분했을 텐데, 나는 왜 굳이 돈을 주고 저걸 사왔을까.
아- 하고 - 쵸로마츠에게 들리는 것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 못에서 탄식을 내뱉곤 있는 힘껏 멋을 차려가며 최근 본 드라마니, 금단의 사랑이니 무어니 되도 않는 드립을 쳐가며 아무 반응 없는 그의 남동생에게 이상한 소리를 뱉어냈다.
무슨 반응이라도 해봐..! 카라마츠는 정말 그때만큼은 자신이 울고싶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
두런두런, 모처럼 집에 여섯이서 함께 돌아가는 길은 시끄럽기만 했다.
토도마츠와 쥬시마츠는 야구니 뭐니 하는 말과 SNS 소식으로 그저 이야기를 할 뿐이었고, 이치마츠는 자신이 품에 안은 고양이 한마리만을 말없이 바라보며 쓰다듬고 있을 뿐이었다.
노을이 지는 강변길, 형제끼리 이런게 얘기를 하며 걷기에는 참 좋은 떄구나- 하고 한껏 아무에게도 전달 못 될 말을 던져가며 노을 빛을 가리기 위해 썬글라스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지금 있는건 형제들과 노을빛, 그리고 희미하게 풍기는..
"오뎅이네!"
앞서 나가던 오소마츠가 뒤를 돌아 형제들에게 앞의 포차를 가리키며 싱글벙글 웃어보였다.
쥬시마츠의 의미모를 말이 한번 들려오고, 쵸로마츠의 돈도 없으면서?! 하며 딴지거는 말이 한번 들려왔다.
역시 그런거 언제는 생각했었냐, 하는 능청맞은 말이 한번 들려오고, 가는거지? 하고 어쩔수 없다는 투로 오소마츠가 가르킨 곳을 향해 앞으로 먼저 나아가는 토도마츠가 있었고, 별 말없이 그 뒤를 따르는 이치마츠를 좇아 썬글라스를 집어넣고는 발을 떼었다.
"이 형아가 되게 지금 마시고싶거든~"
모두가 자신을 지나쳐 감에도 불구하고 걸음을 떼지 않고, 아니나 다를까 시선을 살짝 피하고 말끝을 흐리는 장남의 모습에
쫓는 발걸음을 살짝 멈춰 옆의 강변을 한번 바라보았다가, 옆의 오소마츠에게 빨리 가자고 재촉할 타이밍에 보인것은
어딘가 슬프지만 개운한 듯한 표정으로 역시 똑같이 발걸음을 떼지 않고 있는 제 앞의 쵸로마츠에게 소리 없이 전한 입모양.
그 입모양을 알았다는 듯이 입술을 꾹 짓이기곤 아까의 나와 같이 져물어 가는 해를 바라보는 삼남.
지는 해 덕에 깜깜해져 가는 세상.
마치 강변에서 훅 불어오는 바람엔 섬유유연제가 한번 희석된듯한 간지럽고도 불편한 냄새가 나는 듯 해서.
그 둘의 사이에 낀 나는 이 미묘한 공기를 참을 수 없다.
====
어김없이 차가운 파도는 두 발을 스쳐 지나갔고
잊으려 흘려보낸 너는
온 바다가 되어 내게 돌아왔다.
====
뭐냐 이똥글은
빠른 사건전환 () 전개를 알수없는 글 읽으셔서 감사합니다....
형님조도 너무 좋고 오소쵸로도 너무 좋아서 생각없이 써내려가버렷네유
근친이라는 코드에 대해서 제 이전의 연성처럼 가볍게 생각해볼일은 아니니까 한번 무겁게 써보자!
해서 서로 좋아하는 오소쵸로랑 그 사이에 끼어 이 형제들을 응원해야할지 아님 근친이기에 반대해야할지 어쩔지 모르는 카라마츠를 화자로 써봤는데
뭔가 엄청(...... 난장판....인 글.....
어찌보면 쵸로마츠가 오소마츠랑 멀어진 것을 시작해서 카라마츠가 연기하는 것도 , 어쩌면 제일 정상인일지도 모를다는 썰들도 다 집어넣어봣는데
역시 뭐가뭔지()
뭔가 이후에 다른 쌍둥이시점으로도 이어서 쓰고싶긴한데 제 머리가 무리일거같슴다 ㅎ화하하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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