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자친구 신곡 핵좋ㅇ네욤ㄵㅈㅁㄷ
여자친구 - 시간을 달려서 를 듣고 기반으로 쓴 글입니다 개인적으론 글을 다 읽고 해설에 있는 노래를 들어보시는걸 추천할게요..!
같이 들으면서 읽기에는 뭔가 좀 덕후뽕이 차올라서(..)(민망)
시간을 달려서
***
별 시덥지 않은 졸업이란 소리에 아이들은 저마다 흥분한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떠들고 있었다.
오소마츠 본인은 이런데에 흥미 따윈 없었다. 그도 이번에 맞이하는 것이 저들에게 있어선 세번째 졸업일것이고. 졸업식이란걸 두근두근 거려했던 건 초등학교때만으로 만족했다.
뭐 아직도 제 형제중에선 졸업이란 단어 하나로도 매우 기뻐하거나 슬퍼하는-주로 카라마츠나 쥬시마츠가 그랬다. 아니 토도마츠도 해당될까나. -이들이 있기에 집 안 내에서도 졸업이란 주제는 매우 오르락 내리락하는 단어였다.
아무래도 대학을 들어가지 않을 우리들에게 있어선 이것이 마지막으로 맞이하게 될 졸업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자신들, 여섯 형제들이 마주치는 졸업 시즌이라는 그 말은 나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 며칠 후에 강당에 서 있을 자신들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게끔 해주는 촉매같은 것이었다.
1학년일때는 그래 멋모르고 싱숭생숭 쉬는날일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졸업식 노래를 불러야하는 입장에선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닐수가 없다. 그래도 요즈음에 부활동을 쉰다는 부분에선 오소마츠는 기쁘기 그지없지만. 아니 잠깐 나 귀가부잖아?
연극부인 카라마츠나 야구부인 쥬시마츠는-거 뭐냐 톳티도 뭐시기 하나있다고 한 거 같기도 한데. - 후배들의 졸업선물이니 사진이니 이것저것을 잔뜩 불려 다니는 것 같았고, 여느때처럼 강당에 모여 리허설을 끝내고 나면 귀가부인 나와 남은 동생 두명은 하릴없이 형제들을 기다리거나 아님 집으로 돌아가는 게 일과였다.
집에 돌아가는 길이면 그래도 겨울철에서 금방 벗어난 때인지라 어둑어둑 해질 즈음이라, 남색이 오렌지빛 캔버스에 길게 늘어진듯한 형태를 띈 하늘을 보며 아무 이유없는 바보스러운 말들을 같이 두런두런 나눈다. 어제는 뭐였지? 그래 이치마츠가 요컨대 도시락에 있던 김가루들을 옷에 잔뜩 묻히고 있던 바보같던 이야기였다.
예상하지 못한 사람의 입에서 졸업이라는 단어가 나온게 바로 오늘이었고. 평소라면 아무 생각하지 않을 오소마츠였지만 이상하게 입안에서 그 단어가 맴돌았다. 마치 무슨 게슈탈트 붕괴? 속으로 어이없이 입을 한 번 쩝, 다시곤 머리를 한 손으로 벅벅 헝클어 넘겼다.
실은 오소마츠 제 스스로 졸업이라는 행사에 흥미가 없었던 이유는 있었다. 초등학교때는 철모른 마음에 그저 교복이라는 설레는 존재 하나로 졸업이라는 첫 경험을 신나게 맞이했었다. 밀가루나 계란이라는 헛소문들을 믿어가면서 잔뜩 대비해간 자신이 그 순간만큼은 그렇게나 순수하고 바보같았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땐 6명 전원이 그 짓을 했으니 후회하지는 않는다-
실은 진짜로 졸업에 별 의미를 가지지 않기 시작한 것은 그래 중학교때였다. 뭐든지 중간 시기가 힘든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그러니까 졸업을 해도 차피 다음 한번의 졸업이 또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나, 별 다를 것 없는 친구들이 계속 함께 진학한다던가 하는 그런 것들 - 오소마츠에게 있어서 그것 뿐만은 아니었다. 무언가 차차 변해가는 형제를 보면서 그냥 졸업이라는 그 과정이 옛날의 자신으로부터 점차 제 형제를 떼어놓는 원동력이 되는 것처럼.
그러니까 결국 오소마츠가 졸업에 대해 이런 억지를 품는 감정들은 점차 초등학교 모습을 잃어가는 제 형제에 대한 불만이기도 했다. 무언가 형제에게 조여진 변해야할 것 같은 압박감. 말하자면 소위 그런 불안감이 계속계속 마음 속에서 커진 탓이다.
언제나 자신 스스로만의 길을 만들고 그냥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거 알아? 주위에서 계속 너는 누구와는 다르게, 나 항상 비교가 되는 제 형제들 때문에 남모르게 숨죽이며 마음속에서 끙끙 앓던 자신이었기에, 무릇 형제들은 항상 비교대상이 된다고들 하지만 얼굴이 같은 제 다섯 형제들은 그냥 옷에 붙어있는 태그마냥 자신을 졸졸 따라다녔기에.
변하고 싶은 생각? 추호도 없었다. 자신은 이대로 괜찮아. 다만 저 멀리 앞으로 뜀박질을 시작한 제 형제가 계속, 머문 상태를 유지-혹은 그의 이름처럼 느릿느릿 움직일 뿐이겠지만 - 하는 자신을 넘어서 저 멀리 갈 것이라고 믿었기에 오소마츠는 내심 불안했다. 혼자 남는건 사양이야. 다만 그것을 형제에게 입 밖으로 꺼낸다던가 혹은 그것을 붙잡는다면 그것도 형제- 그것도 맡 형으로써 - 로서 못 할 짓이다.
“ 졸업이란거 싫어. ”
막무가내로 그렇게 같이 귀가하던 두 사람 앞에서 내뱉은 말이었다.
아마 표정은 꽤나 일그러져 있었던걸로 기억한다.
그래, 마츠노가 장남, 마츠노 오소마츠는 졸업이 싫었다. 제 형제와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게끔 만들어주는 졸업이 싫었고, 그것이 몇 일이라는 유예기간이 주어진 것 마냥 끔찍이도 불안하게끔 만들었다. 누구를? 이 얘기를 꺼낼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 그러니까 그건 마츠노 오소마츠, 그 스스로를.
제 입으로 내 뱉은 졸업이라는 생소한 단어에 이치마츠는 별 반응 없이 나도 별로야, 괜히 들뜨고, 시끄러워지고 별로야. 라는 가벼운 대답으로 받아쳤고 이치마츠는 아무 반응 없는 우리 사이에서 그렇지-? 라며 별 생각
없는 말로 다시 맞받아 쳤다. 아냐, 난 그런걸 말하고 있는게 아님에도 그들이 그걸 알 리가 없다는 생각에 가로막혀 그래그래, 하고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만 말았다.
집으로 돌아와 평소 자주 입던 후드티로 갈아입고 나서, 다시 벅벅 흐트러진 제 머리를 손으로만 얼추 정리하곤 오소마츠는 이번에 새로 나온 월간만화 잡지를 내려놓고 멍하니 이제는 완연히 어둑어둑해진 하늘만을 하릴없이 바라보았다 - 그냥 아, 2층이 있으니 내려다 볼 수 있어 나름 좋구나,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 조금 이른 저녁을 셋이서 차려먹고, 이치마츠가 저 아래서 고양이에게 멸치를 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 저 녀석. 고양이 따위한테 주지 말고 나눠먹으면 좀 좋아.
등 뒤로 방 문이 밀리는 소리가 나고 형, 하고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이 시간즈음에 있는 사람은 너 밖에 없을 것이다. 잡지를 바닥에 내 팽겨치고는 턱을 괸 채로 고개를 돌려 너를 바라봤다. 쵸로마츠. 아직도 갑갑한 가쿠란을 벗지 않고 꽉 목까지 잠근 채로 항상 쳐진듯한 그 특유의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표정에 별 이유 없이 짜증이 밀려왔다. 형제 중에서 제일 많이 변한 녀석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이녀석이었다. 갑작스레 교복을 단정히 입는다던가. 아님 나를 비정상인이라도 되는것처럼 치부해버리는 녀석의 행동에 중학교 내내 정이 떨어질 정도였고 언제 한번은 그런 감정을 내비치진 않고 짜증을 낸 적이 몇 번이던가.
괸 손을 떼고, 그저 얼굴을 네쪽을 향해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양반다리를 한 다리를 한손으로 모아 자세를 추스르고는 그래서? 왜? 하는 표정으로 너를 가만히 바라보자니 그게 또 마음에 안드는지 얇은 눈썹을 찌푸린채 나를 바라봤다. 뭐야, 그 표정은. 너는 나에게 그렇게 시비를 거는 듯 했다.
“ 졸업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
너는 나에게서 무엇을 느꼈던 걸까. 오늘 잠깐 얘기한 싫다는 말로도 너는 간단히 내 마음을 읽어버리곤 하니까 그게 싫다. 분명히 너와 나는 이렇게 쉽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는데 말이야.
말하자면 다른 형제들이 그저 원점인 나에게서 멀어져만 갈 뿐이라면 녀석은 지금 원점에서 아예 이동해 서로를 등을 마주 대고 있는 평행선과 같은 존재였다. 만약에 내가 네게 다가간다고 해도 닿을 수 없는 것 같은 그런 느낌으로 너는 계속 내 정면이 아닌 내 등 뒤로만 멀어져가고 있었다.
정상인인척, 너네는 비정상이야. 그렇게 딴지거는 녀석의 입버릇이 그러했고 그걸 신경 쓰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겠지만- 말하자면 그게 이제 녀석의 캐릭터성이 되어버린거다. - 어이, 이봐 초등학교때 반찬 하나를 가지고 싸우던 우리는 어디간거냐고? 흙바닥에서 뒹굴고 노는 우리는? 이제는 수량을 딱딱 나눠 무언가를 준비하는 행동, 그것 뿐만이 아니라 편집증적으로 무언가를 정리하거나 각을 딱딱 맞추고 항상 잔소리 하는, 옛날과는 완전 다른사람이라고 믿어도 괜찮을 정도로 달라진 모습에 몸을 한 번 부르르 떨었다.
애같은 생각을 하는건 이제 좀.
언젠가 쵸로마츠, 너 좀 달라진 거 같다? 하고 넌지시 물었던 물음에 아무 생각없는 무표정으로 태연하게 네가 대답한 말이었다. 그 순간 들었던 말들에 괜시리 끙끙댔던 내 모습이 오버랩되고, 마치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행동하는 네 모습에 그때는 상처를 받았었지.
애같은 생각이 뭔데?
애초에 우린 원래 이랬잖아, 갑작스레 어른스러워져야한다고 폼을 재는건 너야. 본연의 모습에서 먼저 탈피를 시도했던건 너라고, 쵸로마츠.
“ 고작 그거 싫다고 그런 말을 하다니, 형아 한테 너무 각박한거 아니야? ”
마음을 숨기고, 생각은 다를 수도 있잖아? 하며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하는 내 모습이 차가워 스스로도 놀라고 말았다.
너는 내가 내팽겨 쳤던 만화잡지를 들어올려, 던져서 눌려진 페이지들을 손으로 바로잡으려는 듯 꾹 누르곤, 내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
“ 그래야 빨리 어른이 되지. ”
그건 마치 내가 생각하던 모든 것에 내려진 사형선고 같아서 마음이 쩌적, 하고 갈라져버려, 심장 부근이 욱신거릴 정도로 아팠다. 나만 아프다니, 비겁하다.
나 혼자만 널 붙잡으려고 하는 것 같고, 같이 있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비참한 기분이 든다.
초등생 시절부터 함께했던 우리가 그리웠고, 네가 가끔 다쳐서 오는 날엔 나에게 매달려 엄살을 부리는 그때가 좋았었다. 나는 너와 함께였고, 너는 내 옆에 있었다. 어쩌면 앞에서 내뱉었던 막연한 독백들은 전부 이런 변질된 그리움과 집착 때문일지도 모르는 노릇이지.
의외로 나는 외로움을 타는 사람인가 보다.
쵸로마츠 그러니까 중학교때부터 형아 외롭다고. 어른 따위 되지 말자.
이 감정은 명백한 사랑이었다. 네가 내뱉은 그 말의 형태는 얼음 조각 같지만 왠지 그 속에서 따스함이 느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 조금 기대하게 만들어버려. 그래, 너는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네 눈에는 내가 못마땅하겠지. 성향이 다르다는 것은 꽤나 괴로운 일이다. 그래도 네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은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잠깐 얘기한 싫다는 말로도 나는 간단히 네 마음을 읽어버리곤 하니까 그게 싫다.
그래, 네가 나에게 품은 감정도 사랑이란걸 알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 너와 내가 멀어지기 시작한 중학교때부터 한이불을 쓰기 시작했었지만 너는 항상 내 옆에 꼭 붙어서 자기를 원했다. 마치 그 곳이 네 자리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그때부터 우린 멀어지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마음과는 정 반대로 물리적 거리만큼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었던걸까. 내가 본격적으로 말썽을 피우기 전엔 항상 점심도 같이 먹었었고, - 지금도 때때로 먹고있지만 - 너는 오늘까지만해도 하교시간이 되면 나를 기다려주었다. 학생회에 들고 싶은 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너는 일부러 귀가부를 선택했다.
이 감정은 명백한 사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가까워지긴 커녕 멀어만지고 있어.
“엑”
만화책을 잡고있던 네 손에서 책을 빼앗곤 두 손을 꼭 잡아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당황하는 네 모습이 웃겼고 불현 듯 너무 오래간만에 보는 모습이어서 속으로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네 눈에 비치는 내 모습은 아직까지도 계속 찡그린 모습이겠지만.
네 손바닥을 열어 엄지손가락으로 몇 번 누르다. 손가락과 손가락을 얽었다.
연리지. 네 손과 내 손이 얽혀있는 그 모습에 문득 그 단어가 떠올라 입 안에서 웅얼거렸다. 네 얼굴은 빨개진 채라 내가 하는 웅얼거림이 들릴 리가 없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으니 축축한 녀석의 손이 조금씩 꿈틀거렸고 그제서야 난 너를 더 끌어당겨 서있는 널 바닥에 풀썩 앉힐 수 있었다. 한 손을 풀어 그저 너의 뒷머리를 잡고 가만히 끌어왔다.
가까이? 아니 그렇게 가까이는 아닌, 틈을 남겨둔 채로.
네게 무의식적으로 뻗으려고 했던 남은 한손은 너와 나 사이 - 그 두 평행선 사이의 - 의 냉랭한 공기로 인해 움츠러들고, 쓸모없는 자존심만이 높아져 내 아픔을 너도 같이 공유하길 바랬다.
네가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이 들어왔다. 또 네 눈동자에 보이는 내 표정도.
찡그린 표정이었지만. 그래 마치 길을 잃은 미아의 얼굴. 그 얼굴이 보기 싫어 나는 그 눈 위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네 눈이 황급히 감기는게 느껴졌고, 입에 닿인 너의 눈꺼풀은, 글쎄.
“ 난 네가 싫어. ”
나도 결국 마음은 평행선 위에서 맴돌고 있지만 너와의 물리적 거리만은 가까워지고 싶었나보지.
***
졸업식 이후의 학교는 냉랭하다. 혹시나 졸업식을 해본 사람이 있다면, 아니면 곧 할 사람이 있다면 한번 졸업식이 끝난 후 1시간정도, 학교에 남아서 기다려보자.
그것만큼 썰렁하고, 황량한 공간은 없고 또 방금 사람이 썼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온도가 남아있지 않은 장소는 없다.
어쩌다 내가 이 시간까지 여기 남아있었는지는 방금 일이지만서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친구들은 죄다 꽃다발이나 선물, 졸업장들을 껴안곤 사진 여러장을 찍더니 그저 멀리 제 집이나 다른곳으로 사라져버렸고. 낭만적이게도 가쿠란 두 번째 단추를 건네는 사람도 여럿있었고. 애석하게도 전해지지 못해 바닥에 나뒹구는 단추 하나를 오소마츠는 발로 툭 차버렸다.
졸업장을 망연히 바라보다. 강당 천장을 계속 바라보는 것.
저녁은 가족끼리 외식하기로 했지. 부모님이 우리의 졸업을 축하하는 만찬이었다. 새삼스레 고마움이 느껴진 반면 결국 이 날이 오긴했구나. 하는 생각이 방울져 들었다.
저녁, 6시. 오소마츠가 이 학교에 머물 수 있는 유예기간이었다. 이제부터 어른이 되어버린 그의 디데이가 느릿느릿 흘러갈 것이다.
오소마츠는 오늘이 싫었다. 형제와는 한 끗 차이지만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그래 정확히는 한 끗 차이는 아니었다. 제 성격 상 그 한 끗을 쉽사리 다가가는 체질이 아니었고. 그렇다고 그 형제가 뒷걸음질로 한 발 내딛는 성격도 아니었다. 오소마츠는 가쿠란 안에 입은 - 묘하게 매치 안되는 - 후드티 속으로 목을 움츠렸다. 졸업식이래도 매서운 꽃샘추위가 목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너와 난 그 이후로 이상한 관계가 계속됐다. 정말 마음으로는 남남이라고 할 정도로 멀찍한 사이인데 말야. 너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실은 이 감정은 명백한 사랑임에도 불구하고 멀리 느껴지는 네 덕분에 아직도 이 말이 너에게 적용되는 말인지 - 그러니까 좋아한다는 말. - 헷갈렸다. 내가 좋아한다고 말하면 너와의 이 거리가 좁혀질 수가 있을까. 네가 다시 옛날로 돌아올려나. 그럴 리 없겠지, 당연한 얘기다.
이미 둘로 나뉘어진 성향의 문제는 다시 같아질 수 없다.
그걸 메꾸려는 듯 지난 몇 일간 너와 나의 관계는 형제라기엔 조금 기묘했다.
입술을 맞대었고, 호흡을 나눴지만 정작 너와 내가 얘기를 진지하게 해본다던가, 눈빛을 마주친적은 없었다. 내가 네가 싫다고 한 이후에도 너는 잠을 잘 때면 나에게 몸을 기대왔고 내가 시도한 모든 스킨쉽에 당황하긴 해도 거절하는 법은 없었다.
몇일 전만해도 몇 십분이나 끌어안고 있긴 해도 너는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좋아해, 좋아해. 입안에서만 맴도는 말은 그 말을 뱉을 수없이 많은 상황에서도 결국 지난 시간 내내 말할 수 없었다.
그래, 나는 두려웠다 혹여나 계속 머무르길 원하는 내가 네게 짐이 되진 않을지. 물론 나는 너와 멀어지는 것이 싫었지만. 붙잡을 용기는 없었다. 네가 그로인해 앞으로 나아간다는 자신의 신념을 행하지 못해 불행해지는 것이 싫었고, 내가 앞으로 나아가기에는 너무 제 구미에 맞지 않았기에 이도저도 움직일 수 없었겠지. 그건 너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를 끌고가기에는 내 성격을 알기에 내가 불행해지는 것이 싫었을 것이고, 제가 멈춰있기엔 또 제 성격상 안 맞는 것이겠지.
멍하니 졸업장을 쥐고 입술을 축이고 있을 때쯤에 네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지난 모든 일 중에서도 너는 나와 하교하는 것이나, 등교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네가 가진 감정도
입으로 너를 향해 그렇게 웅얼거리니 네가 못 알아 들었는지 고개를 기울여본다. 손에 들려있는 졸업장은 내 것에 비해 무언가 네 작은 손에는 커 보여서 그 손을 잡아 씹어버리고 싶다는 기이한 충동이 머릿속을 뒤덮었다.
너는 나에게 조용히 다가와 내가 1년전 너에게 했던 것처럼 내 한손만을 - 그러니까, 나머진 졸업장 때문에 불가능했겠지 - 잡아 끈채로 예의 그 해사한 웃음으로
어른이 된거, 축하해.
하고 축하해주었다.
씁쓸한 기분에 평소라면 잘 짓지도 않을 미소만을 짓고 너를 계속 바라보고 있으려니 너는 붉어진 얼굴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더니 입술을 우물거렸다.
무의식적으로 그 입술을 물어뜯으려 얼굴을 가져다 대자 네가 졸업장을 잡은 손으로 내 몸을 밀어내는 것이 느껴졌다. 살짝 미는 그 손동작에 다시 얼굴을 돌려놓고는 주변에 사람이라도 있던 것인가 고개를 돌렸다. 아, 그래 요새의 나는 너무 습관처럼 네게 닿으려는 시도를 많이 한걸지도 모르겠다.
“ 오소마츠 ”
갑자기 손을 풀고 돌린 고개를 제 쪽으로 돌리는 쵸로마츠에 - 정확힌 한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들에 - 눈을 크게 뜨고 너를 바라보려니 네가 그게 뭐야 하고 웃는 모습이 눈 속으로 박혀들어왔다. 네가 그토록 바라던 졸업날이어서 그런가 네 모습은 기묘하게도 근심 없는 듯한 청아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무언가 나에게 고하려는게 있다는 듯 단호함이 말투에 묻어져 나와 나는 지레 겁을 먹고 말았다. 평상시 느껴본적 없는 감정들이어서 그랬을까. 아님 이 날짜가 만드는 특별한 상황에서여서 그랬을까.
“ 약속해줄 수 있어? ”
이상한 물음에 무얼? 하고 눈을 살짝 찌푸려 내 얼굴에 머물러 있는 네 손을 꽉 잡아보이자 평상시 같으면 무표정으로 가만 있을 네가 다시 웃으며 졸업장으로 내 머리를 한번 통 하고 건드려보였다. 이상해. 오늘의 너는 이상하다. 마치 초등학교때 - 장난을 치던 그 모습은 아니지만 -처럼 나에게 돌아온 것만 같은 그 모습. 네가 미래를 향해 걸어나갈지, 가만히 있는 나를 애처럼 여긴다던지 하는 그런 고민들은 다 잊은 듯한 모습에 괜시리 분한 기분이 들어 네 손가락 마디를 이빨로 잘근잘근 씹어버리니 너는 아파! 하며 시비거는 조로 계속 내 머리를 통통 때렸다.
“ 앞으로도 변하지 않아 줄 수 있어? ”
“ 어? ”
참으로 김빠진 듯한 멍청한 대답이 아니었나 싶다. 예상치 못한 네 물음에 나는 분한 마음은커녕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멍청히 너를 바라보고 있을게 뻔했다. 그 순간에도 내 머릿속은 물음표로만 가득 채워져 결국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만하자나, 멀어지자는 말이 아니었다는 생각에 입속에서 파하하고 한숨이 나왔다.
“ 지금처럼 나한테 웃거나, 장난 쳐 줄 수 있어? ”
계속 되는 네 물음에 어버버, 아무 말 않고 손에 힘을 빼고 있자니 네가 또 너 이상한 오해했구나. 하며 손을 슬그머니 빼 입을 가리고 웃어버렸다.
오소마츠- 하고 부르는 그 목소리는 마치 평상시의 늘 형 딱지를 붙여가며 부르는 네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것 같아서 눈이 시리도록 아파왔다.
“ 계속 오늘을 기다려 왔는데. ”
오해한 자기 모습이 창피하게 느껴져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어라, 오소마츠 이런 모습 처음 보는 거 같아. 마치 나인 것처럼 비아냥대는 모습이 어색히만 느껴졌다. 그럼에도 그런 어색한 모습의 네가 좋아서.
“ 이제 어른이니까. 말할 수 있어. 형 때문에 많이 노력했어. ”
아이같이 투정만 부렸던 자기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워져서.
네 얼굴을 잡아 결국 네 우물거리던 입술을 잡아 물어버리니 잠깐 잠깐 하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말은 하게 해줘 좀! 하는 핀잔 어린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너는 변한 건 맞지만 내 곁을 떠난 적은 없었다.
변했던 모든 게 나 때문이라서. 그 마법 같은 말은 네가 딱히 말하지 않아도 오늘 잠깐 얘기한 말로도 나는 간단히 네 마음을 읽어버리곤 하니까.
원점에서 멀어지는 것보단 너는 내 옆에 서서 나와 같이 걷는 걸 선택한 것이다.
“ ..어... 좋아해. 오소마츠 ”
수줍은 듯 웃는 네 모습이 마치 오늘을 위해 열심히 피어올린 벚꽃과 같아서 도저히 너를 껴안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뮤비가 이쁩니다(?)
아마 글만 보시곤 다 이해가 안되실 수도 있는데 실은 노래 자체가 그냥 쵸로마츠시점이라서..() 쵸로마츠 시점이 궁금하심 노래를 들으심됩니다(???)
노래랑 같이 보신 분들은 아마 하이라이트 전까지는 아 오소마츠 시점의 노래구나~ 하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하이라이트에 확실히 쵸로시점이라는게 딱 드러나는게 포인트입니다(취향이상
노래를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쵸로마츠가 변하기 시작한건 오소마츠 때문인데 한없이 그대로이고 싶다는 오소마츠를 위해
그런 오소마츠의 버팀목이나 의지될 수 있는 사람이 되기위해서 어른이 되는 길을 택한거고, 노래 가사 내내 쵸로마츠가 오소마츠를 얼마나 좋아(?)
하는지 나옵니다만 네 그래요 그냥 결국은 오소마츠가 계속 이걸 모르고 오해하다 결국 마지막에 알아차리는 내용이 끝이네요 이 글은...
역시 제 글 중구난방하니ㅠㅠ... 하
오소마츠가 형제들이랑 멀어져서 졸업이 싫다고 하는데 일부러 형제들이 아니라 형제라고만 적었습니다! 그러니까 저 글 속에서 오소마츠는
형제들이랑 멀어져서 싫은게 아니라 그냥 쵸로마츠랑 멀어져서 싫은거에요 엄....
조금 집착이 심한 메가데레라는 설정이었는데... 그게 드러났는지 아닌지 1도 모르겠네요.
중구난방한 글 이번에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소쵸로포에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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