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Mㅏ츠 ,쵸로마ㅊSㅡ주의
※쵸로가 좀 빗치기질이 있습니다...()
※여느때나 다름없지만 캐붕주의
※오소마츠군~오소마츠상 사이의 이야기
연초 - 이 쓰레기같은 집착을 처음 알았다.
널 꼭 껴안으니 네 옷가지에서 사부작대는 소리가 났다.
네 어깨에 코를 묻으니 네 냄새가 났다.
그것에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네 심장이 뛰는 소리에 맞추어 점차. 잠 속으로 잠겨갔다
어렸을때부터 마치 네 심장소리가 내겐 초침소리마냥. 째깍 째깍 잠을 몰아오곤 했어서 항상 잠이 오지 않을땐 널 억지로 깨워 끌어안곤했다.
형제들이 깨지 않게끔. 너는 나와 눈이 마주치면 자리에서 일어나 맨 끝, 내가 있는 쪽으로 무릎으로 걸어온다.
나는 습관적으로 부모를 찾는 어린아이처럼 그럼 양팔을 뻗어 널 내 쪽으로 이끌어오는 것이다. 네가 품에 파고들면 나는 네 푸슬거리는 머리 위로 깊은 숨을 내뱉는다.
1.
너에 대해서 말하라고 하면 나는 불만이 많았다.
좋아했던게 언제였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나는 확실히 너를 좋아하고 있었고 그건 아마 네가 나에게 보여준 오소마츠와는 조금 다른
무언가들 때문이었겠지.처음 사랑이란 감정을 느꼈을 때가 중학교때였고, 사춘기라서 그렇다느니 하는 상담선생님의 말과 더불어 그런가보다.
안일히 생각했을 때가 있었지만 가면갈수록 커지는 감정에 가슴께만 붙잡고 끙끙대던게 항상 나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형제라는 감정에 앞서 안된다고 결론을 내렸던건 당연했고 - 애초에 그 상담선생이 비정상 적인 감정이라고 얼마나 못을 두들겨
박았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너와 거리를 두는 것으로 나는 항상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들킬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그러기 위한 얼굴이었고, 그러기 위해 항상 여섯이서 하나같이 행동하곤 했으니까.
그저 넌 삼남이고 난 사남. 그것뿐이었고 넌 곧잘 오소마츠와 같이 장난을 치러 놀러다니고. 그런것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그저 형제들이 관심 가지지 않아할 이런저런 것들에 조금 매달렸었다.
너는 장난꾸러기 라는 평을 많이 들었고 나는 성실하다는 평을 들었다. 이 두 단어만 놓고 봐도 확연히 티가 날 정도로 너와 나는 달랐고. 서로의 관심사도 달랐으며 같이 행동할 일 또한 적었다.
그래서 중학교때까지 나의 입장은 가까워지지 못한 너에게 불만이 많았다, 고 하는게 맞을 것이다.
그게 언제였을까. 너와 내가 뒤틀린 사이로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했던건.
가까워지기 시작한건 아니지만 처음은 분명히 있었다.
2.
고등학교에 가기 몇달 전 즈음부터라고 생각한다.
여섯이서 한사람. 한사람이 곧 여섯이라는 우리의 생각은 사춘기가 시작되고나서 자기존재에 관해 반발심이 들었는지 왜인진 몰라도 점차 한명씩 떨어져나가.
저마다 변하고 있는 와중 제일 먼저 변한게 너였고, 제일 늦게 변한게 나였다.
넌 평상시라면 전혀 안그러겠지만. 손수건을 반듯히 접어 주머니에 넣고 다녔고. 오소마츠와의 장난에도 발걸음을 돌렸다. 너는 이상하게도 항상 붙잡고 있는 오소마츠의 옷소매나 팔 대신 이제 문제집이나 고등학교 입시에 관한 프린트물을 안고있었고. 항상 오소마츠를 닮아 지저분했던 머릿결을 단정히 빗어내린 채, 또 삐져나온 머리를 꾹꾹 눌러가면서까지 너는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오소마츠는 그런걸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실로 그런 점에 있어서는 장남이라고 해야할까. 그냥
" 아 냅둬. 그냥 그녀석이 하고싶은대로 냅둬" 하곤 그냥 제 친구들이랑 예의 그 촐랑대는 걸음으로 멀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흔히말해 가진자의 여유라는 걸까, 나는 그의 그 안일함이 무척이나 싫었다.
넌 소위 놀고있는 무리라던가 그런 무리들에게서 멀어졌고. 그들과 네가 닿이면 너는 인상을 찡그리곤 뒤돌아 가지고 있던 손수건으로 서로 닿인 곳을 툭툭 털어냈다.
소위 결벽증이라고 하던가 편집증이라고 하던가. 네 일과는 항상 집에서 돌아오면 몇십분씩 손을 씻곤 했고 수건도 항상 끝과 끝을 맞추어 놓지 않으면 항상 머리를 감싸 쥐며 제자리에 꿇어 앉아 끙끙대곤했다. 그런 성질은 널 허약하게 만들었고, 쉽게 화를 내는 성격으로 바꿨다.
네가 어쩌다 그리 변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저 너에게도 너 나름의 생각이 있겠지. 하는 마음이다. 그 두 번째로 변한건 멋져 보이고 싶다고 늘 곧잘 입에 달곤 했던 카라마츠가 망할 연극부에 들어갔단 것이고 세 번째가 토도마츠, 그 다음이 쥬시마츠. 어쩌면 오소마츠가 맨 마지막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는 애초에 지금도 어렸을 적이랑 달라질게 없으므로 그냥 논외다.
이때까지만 해도 너와 나는 그다지 큰 변화는 없었다. 애초에 내가 너에 대해 별 다른 감정을 품고 있지 않아서였겠지. 귀가부였던 나는 그날도 어김없이 평소에 자주 보곤했던 책들을 도서실에서 몇권 대출한 이후, 집에 가기 위해 늦게 뉘엿뉘엿 해가 저무는걸 바라보며 이제는 거의 밑창이 다 닳아버린 실내화를 신고 계단을 두 칸씩 성큼성큼 내려갈 때였다.
학교에 남아있다시피 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 거기서 부활동도 하지 않는 너를 보리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 물론 오소마츠나 토도마츠 정도가 있었다면 더 이상하겠다고 생각했지만 뭐 그 당시의 나는 주로 쥬시마츠와 어울렸지 다른 아이들과는 그닥 어울리진 않았다, 모두가 변하고 있을 무렵이었고 나 혼자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을 뿐이니까. - 너는 정확힌 복도의 창가에 팔짱을 끼고 기대어 서 있을 뿐이었고 그 마주엔 역시 너의 담임처럼 보이는 젊은 선생님 한 분이 연회색빛 양복을 차가운 하얀빛 콘크리트 벽에 구겨 기대어 서 있었다.
너의 성적표로 보이는 몇 가지의 프린트물과 함께. 너의 성적표 치고는 택도 없이 많은 양의 성적표이긴 했지만 그런건 황급히 몸을 숨겼던 나의 눈엔 잘 들어오지 않았다.
애초에 그냥 그때 빨리 계단을 내려갔었으면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한다. 그럼에도 내가 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이유는 네 입에서 마츠노 이치마츠라는 익숙한 이름이 불렸기 때문이다.
“ 성실한 아이야. ”
“ 알아 그 정도는 ”
누굴 바본줄 아나, 하며 선생님 앞인데도 틱틱거리는 네 모습에 괜시리 나 혼자 스스로 몸을 숨긴채로 침을 꼴깍, 삼켰다. 네가 그런 말투를 써서 괜히 혼나는건 아닐까. 책을 잡은 손에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아니 네가 혼나는 것보다 내 평가들이 신경쓰여서 그랬던걸까.
“ 별 볼일 없는 아이지? ”
네가 그 선생이 가지고 있던 프린트 뭉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선생은 자세를 바로 잡고 여러 프린트물 사이에서 호치키스로 집은 종이 뭉치 한 개를 꺼내더니 그냥 흠, 하고 작게 소리를 내곤 그 안경 너머로 제 형을 바라보았다. 해가 지고 있어서인지, 내가 보는 방향이 잘못되었던건지. 그림자가 드리워진 너의 모습은 꽤나 으스스해서 소름이 돋았었다.
선생이 마주친 눈을 한번 돌리더니 아, 그래 하고 별 수 없단 식으로 반응하자 너는 팔을 풀고는 한손을 창가에 놔둔채로 앞머리를 쓸어올리 듯 넘기고는 고개를 위로 들어올려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은 평상시에 보여주던 모습과는 달리 예전의 - 오소마츠와 어울리던 - 그 때 모습이 나오는 것 같아서 - 그러니까 잔인하게 장난을 저지를 때의 그 모습 - 네가 되살아나는 듯한 감각에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 입술이 터졌었나, 그런 건 모르겠다.
다만 이후에 널 붙잡는 그 선생의 손을 네가 쳐 내고는 예의 그 주머니에 넣어둔 각진 손수건으로 선생이 닿은 곳을 신경질적으로 벅벅 문대면서 한 말에 들고 있던 책을 던져버리곤 입술에서 나는 피를 삼키며 - 어쩌면 울음일지도 모른다 - 집까지 있는 힘껏 달리는 계기가 되었다.
“ 똑같이 별 볼일 없는 게 어딜만져. ”
아직도 기억나는 그 생생한 목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가슴께에서 올라오는 미묘한 간질거림에 심장이 쿵쿵 하고 뛰었다.
마지막 순번인 내가 바뀐건 너의 그 한마디였고, 솔직히 말하자면 같은 얼굴, 같은 형제이기에 조금 성격이나 이러저러한 것이 바뀌었댄들 항상 서로를 이해해 줄줄 알았기에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었지만 네가 내뱉은 그 말에 자신감이란 자신감을 급격히 하락했던게 당연했고, 스스로도 ‘ 별 볼일 없다 ’고 중얼거리는게 그쯤되어서는 이상하게도 그 행동 자체에 집착하게 되었다. 형제들 또한 처음엔 걱정했었지만 그것도 슬슬 개성이려니, 그만두었고.
그 이후로 나는 네가 생각하던 별 볼일 없는 인간에서 더 별볼 일 없어졌을까, 등을 생각하며 남은 중학교 시기를 그렇게 보냈다. 처음엔 그냥 의기소침해지던 게 전부겠지만 한번 하락한 자존심이나 이러저러한 것들이 쉽게 그렇게 올라갈 리도 없었고, 네가 나에게 하는 행동도 그때했던 말들이 전부 빈말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어쩌면 형제들 전부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또 아닐까, 그런 극단적인 생각도 해보고.
의기소침한 성실하기만 했던 이치마츠가 결정적으로 쓰레기 마조 귀차니스트 이치마츠가 된 건 다른 형제들과는 다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너와 같은 사립 고교를 들어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중학교 후반부에 들어서 바짝 공부하던 게 너에겐 도움이 된 모양이었고 나는 평상시 해왔던 것들이 도움이 된 모양이었다. 적어도. 게다가 같은 반. 옆자리.
신경 쓰지 않겠다고 다짐해놓고도 무의식적으로 네 옆모습을 쫓는 내 눈이나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다가도 네 눈치를 보거나 하는 이상한 행동으론 친구 하나 제대로 사귀는 건 불가능했고. 너는 어째선지 계속 오소마츠에게 잔소리하듯 늘어놓은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와 놓고도 손수건으로 손이나 물건을 닦는 일은 점차 늘어갔으며, 집에 돌아오고 나서도 손을 씻는 시간이 늘어났다.
나는 그것이 마치 나 때문이진 않을까 생각하며
자학하고
잡념을 잊기 위해 평상시 좋아하던 고양이에 관한 걸 더 찾아본다던가.
좀처럼 예전만큼 성실히 활동하려 들지 않는다던가.
아- 따지고 보면 옛날의 내가 너무 과하게 해석한 감이 없지 않았을까- 싶지만 아직도 네가 가끔 나에게서 샤프나 지우개를 빌리기 위해 한심하단 눈을 하고 바라보면 여전히 그 옛날 중학시절의 네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돌곤 했다.
상상할때마다 계속 심장이 쿵쿵거리듯이 뛰었고,
마치 그 선생이 내가 되고, 내 손이 내쳐지기라도 한 것처럼 화끈거리는 손등에, 화끈거릴때마다 손등을 이빨로 짓씹고, 씹을때마다 네 그 냉소적인 말들을 다시 뇌 속에 새기고.
너는 변한 이후로 착실히 잘 해나가고 있었다.
가끔 노답인 제 형제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으며
중학교 때부터 계속 해온 머리나 옷가지 손질, 정리도 잊지 않았고
학급 내에선 반장 직을 할 정도로, 주위에선 꼬박꼬박 ‘쵸로마츠군’이니 뭐니 하는 성실해보이는 별명으로 불리웠다.
그런 학급 내에서도 원만히 잘 지내는 네 귀에 같은 형제인 내 소식이 들어가지 않을리 없었겠지.
예컨대 나에 대한 비난도 있었을 것이고. 아님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겠지
그 당시의 나는 지금과는 달리 마이페이스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을지언정 - 정확힌 제 형의 눈치를 보기 일쑤였지-, 남들 눈에는 그렇지 않았는지 하기사 네가 기분 나쁠 땐 수업을 빼먹은 적도 있었고, 학교를 말도없이 나가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걸 아니꼽게 보는 몇몇 놈들이 주먹질을 할 때도 있었고 그다지 쥬시마츠나 카라마츠처럼 힘이 세거나 오소마츠나 너처럼 싸움을 잘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나는 항상 얻어터지고는 집에서 반창고만 묵묵히 터진 상처에 붙이는게 고작이었다. - 그걸 매번 보는 학급의 평범한 아이들이 날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얻어터질 때 아이들이 비웃음을 날리며 조롱하는 말은 별 볼일 없다는 네 그때의 말과 동일해서.
“ 왜 맨날 너는 반창고만 붙이고 오냐? ”
“ 냅둬 븅신이잖아. 너 이학교는 대체 어떻게 들어온거냐. ”
저들끼리 재밌다고 낄낄대며 웃는 게 마치 네가 말했던 그 차가운 말들이 다시 생각나게끔 해주어서 여간 불편한게 아니라 얼굴을 한번 찌푸리면 녀석들은 더욱 더 날카로운 말로.
“ 이 새끼 취직이나 할 수 있을는지 몰라 ”
“ 별 볼일없는 새끼 ”
아, 아팠다.
그 세상이 자신에게 쏟아붓는 말들은 너무나 아팠지만, 그 세상에서 자신을 가려줄 것만 같던 너의 존재가 그 때 무렵 저무는 태양, 드리진 그림자를 품은 그 눈으로 별 볼일 없는게, 하고 차갑게 말해주는 것만큼은 되지 못해서-실로 달콤하고도 치명적인 맹독과 같아.- 나는 그 노을이 저무는 하늘 속에서 서서히 목 졸려 죽어갔다.
스스로도 자신이 이상한 것에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있었고, 그걸 너에게 쉽사리 털어놓지 못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기에
차라리 이럴거면 내일아, 오지말아라. 하고
어찌할 수도 없어서 마음속으로 그렇게 울부짖었다.
3.
“ 이치마츠 ”
날 부르는 네 섬짓한 목소리에 몸을 움츠리곤 네가 평상시 바라볼 책상만을 하염없이 바라보자 네가 주먹으로 책상을 한번 쾅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시간은 방과후, 그것도 많이 늦은 방과후, 부활동도 모두 끝나고 고등학교 2학년 겨울인 지금은 빠르게 떨어진 해로 인해 하늘의 일부분은 푸른 남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 나는 네가 어디서 얻어 터져서 오던 뭘하던 관심없어 ”
손수건을 꺼내 손을 닦는 네 모습에 아니나 다르겠어. 하고 움츠렸던 목을 들어 너를 흘끔 바라보니 넌 찌푸리고 있던 인상을 펴곤 내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 밀었다.
“ 왜 날 피해? ”
“ 나 싫어하잖아. ”
어렵사리 우물거리다 끌어올린 시덥잖은 말 한마디가 어찌 그렇게 벌벌 떨렸는지.
그 말이나마 제대로 전해지기나 했을까. 마치 말을 처음 하는 아이처럼 그렇게 어벙하게 말하니 내 앞에 놓인 너의 얼굴도 멍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내가 언제? 하는 그런 모습에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하. 하고 한숨을 한번 뱉어냈다. 처음이라는 듯한 그의 모습에 옛날의 일을 두레박으로 끌어올리듯 힘겹게 말했다. 그렇다고 차마 네 그 말을 들은 이후로 이상하게 심장이 가빠진다던가 하는 이상한 말은 할 수 없기에, 그리고 이것이 네게서 외면 받은 이후로 상처받았기에 했다는 둥의 그런 계기로 인한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에.
요점만 말하자면 자신은 솔직하지 못했다.
결국 논점이 뭔데, 하고 차갑게 묻는 네 얼굴에는 옆 창가에서 들어온 희미한 빛 때문에 반대편이 그림자로 가려져 있어서, 그날의 차가움이 묻어져나오는 것 같아. 무언가 누군가에게 화내듯 그럼 고작 내 말 그 한마디에? 하고 고개를 기울이는 네 모습에 창가에서 흘러나오던 빛이 조금 일그러졌다. 실은 그게 중요한게 아닌데 말야. 그 모습이 왜인진 몰라도 눈부셔서 눈을 찡그리곤 작은 목소리로 네게 말한 게 끝이었다.
마치 범죄자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듯이.
너에게서만 인정받고 싶었을 뿐인걸.
괴상한 웃음소리를 이 사이로 흘리며 몸을 벌벌 떨며 네 눈치를 보니
네가 날 바라보는 시선이 마치 귀여운 소동물을 보는 것마냥, 그런 표정으로 바뀌어있어서.
너는 그 이후 나를 괜찮다는 식으로 쓰다듬어주었고.
이후에도 너는 나를 만진 손을 손수건으로 닦는다던가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어서.
안심이라도 된걸까 나는.
얍살하게 ‘ 인정받고 싶으면 말야. ’라는 말과 함께 양팔을 벌리곤, 눈을 휘어가며 웃는 네 미소가 정말로 얄미워서
의자와 책상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쓰러지고,
교실 바닥에선 쓸지 않은 먼지의 냄새가 났다.
내 그림자에 가려져 있는 네 모습은 빛에 일그러져 있지 않아. 마치 오롯이 차갑게 경멸하는 눈초리로만 가득해서.
고작 나한테 인정받기 위해서라니.
얄미운 말을 하는 입을 삼키고
계속 그렇게 별 볼일 없어줘.
미운 말을 내뱉는 그 목을 삼켰다.
쿵쾅쿵쾅, 네가 내뱉는 목소리가 내 심장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4.
그 날, 오렌지 빛 하늘이 남색으로 완전히 뒤덮이고 나서야 너는 내 손을 잡곤 이걸로 만족해? 하며 피곤한 기색으로 웃어주었다.
살인자에게 관용을 베푸는 듯한 그 행동에 나는 말없이 그냥 고개를 주억거릴 뿐이었다.
“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
가만히 교복 마이를 걸치고, 손목의 와이셔츠 단추를 잠그던 네가 갑작스레 웃으면서 꺼낸 말이었다.
“ 넌 계속 나한테 별 볼일 없는 사람이기 싫은거지? ”
푸스스 웃어보이는 얼굴에 입을 멍하니 벌리고 끄덕이니 너는 뒷목을 주무르며 교실 바닥에선 역시 영 아니네, 하는 둥 피곤한 기색을 비췄다. 네가 내 얼굴을 잡고나서 너는 형제니까 말이야. 하는 말에 고개를 한번 끄덕, 나는 널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라는 말에 느리게 고개를 다시 끄덕.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젠 함께 내일을 향해 가자고 그렇게 말해주고 나서야 나는 마음속으로 작게 반항하던 걸 그만 둘 수 있었다.
너는 내 손을 놓지 않고 아무도 없는 이젠 남색으로 물든 하굣길을 둘이서 그렇게 걸어갔다.
5.
“ 이치마츠, 아직 안 자? ”
“응.”
“뭔가, 점차 갈수록 잠에 빠지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 같네.”
맞닿인 따스한 온기에 좋아 입꼬리를 멍청하게 올리고 있자 네가 보곤 엄지손가락으로 내 입을 꾹 눌러주었다. 옛날생각해서. 그런 멍청한 대답에 아? 하고 반론을 제시하는 것도 넌 잊지 않았고 항상 원하던 눈으로 욕을 붙여가며 빨리 자라는 소리 또한 잊지 않았다.
그럼에도 별 군말 없이 계속 안겨 있어주는 제 형의 모습에 더욱 손에 힘을 주니 아프다고 몇 번 더 화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맨 처음 나에게 독설을 뱉은 날은 절망적이었고.
네가 날 감싸준 이후로 날 감싸고 있는 세계가 변했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2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난 아직 너와 그 선생에 대해서 아무것도 묻지 않고 있었고, 네가 변하기 시작했던 계기나 그 모든 것을 묻지 않았다.
너도 그것을 묻기를 원치 않아하는 것 같았고, 또 묻는다고해도 그닥 너와 나의 관계가 달라질 것이 없기를 알기 때문이었다.
넌 그 날 이후 이미 굳어진 내 이미지를 바꾸던가, 어쩐다던가 하는 말을 꺼냈고 나는 정말 멍청하게도 그런 너에게 옛날이 좋아, 지금이 좋아? 하고 물어보는 실수를 저질렀다.
물론 너는 그런 나에게 웃으며 어느쪽이든 다 좋아. 하고 상냥히 말해주는것도 잊지않았지만.
상냥한 네게 나는 특유의 - 이제는 그냥 몸에 베여버린 - 쓰레기 같은 말을 내뱉었다. 형이 없으면 난 이제 걸으려고도 안할 거야.
내가 또 널 별볼일 없다고 생각하면?
그 때도 안할거야.
너는 내가 네 목가적인 애정을 바라는 것이라고 알고 있을까. 이 역시 묻지 않아서 모르겠다.
음, 그래도 너는 내가 해달라는 대로 해주니 나는 불만이 없었다.
스스로도 네가 부순 것인 만큼 책임도 네가 져 줬으면 해. 하는 망할 생각을 하고있었고 - 딱히 글러먹었다는 생각따윈 하지 않았다. - 물론 스스로 부숴지고 다시 스스로 완성된 것 이지만 - 이제 부가설명은 그만하는 걸로 -
다만 이것이 너는 그냥 나의 어린냥으로만 생각하고 있는게 전부일 것이다.
그런 과한 어린냥을 너는 형으로써 곧이곧대로 받아주고 있는 것일 뿐이고, 오로지 네가 좋을대로 네가 인정해 주는 것과 더불어 네 애정을 바라는 내 욕망을 너는 너의 욕망대로 이용하고 있는 것일 뿐이겠지.
“ 뭔가 형제치고는 많이 잘못된 관계지 우리? ”
옛날의 그 기분나쁜 웃음을 히힉, 하고 웃어보이자 넌 얼굴을 찡그리고 고개를 내 반대편으로 휙 돌려버렸다. 아아, 알고있어요 형제란거.
그래서 내가 아직까지 널 원하면서도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를 못하는 것이다.
그냥 서로의 욕심만 서로 채워주는 관계일 뿐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너와 나는 생각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미래를 조금이라도 너와 있고 싶으니까.
남색의 하늘과 남색의 바람이 창문 틈 사이로 불어오는게 느껴졌다.
“....할래?”
“미쳤냐”
“화장실은?”
“미쳤냐?”
되도 않는 농담을 던지곤 쿡쿡 웃자 네가 투덜거리는 소리가 작게 드문드문 들려왔다.
아, 네 목소리가 작게 들리는 걸 보니 슬슬 잠이 쏟아질 때가 되었나보다.
잠에 빠지면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갈 것을 알기에 나는 마지막으로 손에 힘을 주어 네 옷에 얼굴을 묻고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신 뒤
좋아해 형.
그렇게 네 목에 입을 대고 영원히 전할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잠결에 써서 무슨내용인지 1도...
설날 차피 컴퓨터도 없는 시골구석으로 내려가기때문에 핸드폰으로 연성이나하자! 고 생각해서
저번에 투표하니까 이치쵸로가 이겼더라고요 'ㅇ'... 아마 3부작이 아닐까 싶네요.
쨌든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ㅇㅅ...수위라고 생각되는 발언이 몇몇군데 있긴한데 뭐 심하지도 않고 직접언급도 아니니 이정도는 괜찮겠죠?(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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