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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녹서

0.4.진정(眞情)

무언가 향수가 도는 그런 마을
그러한 곳이 꿈에 나왔다
 
'자각몽?'
 
목에서 쌉싸름한 맛이 나는걸로 보아서는,
자는 도중에 자신도 모르게 경계를 열어버린 걸수도 있었다
여기가 어찌 됐든, 여기 오게된 것은 분명 무슨 이유때문일지라도 생각했다
 
"...여기 이름..."
 
지나가는 자를 붙들고 그러고 있으려니, 좀더 정겹게 물어볼껄, 이라는 실망감도 들긴 하지만,
그런것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되려 그사람은 평범하게 대답하였다
 
"ট্যাক্সিডের্মি হল শহর"
 
난생 처음 듣는말에 어안이 벙벙해져 있으니,
자신의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와 저마다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একই দিকবিন্যাস"
 
"নতুন বাসিন্দাদের?"
 
"তৃতীয় আবিষ্কার ছিল সফল..?"
 
 
 "벵갈어인가...."
 
생긴새는 전혀 그러하게 생기진 않았지만, 그런 류의 언어라고는 대충 짐작하기만 했다.
대충 자신의 말을 어렴풋이 듣고 자기들끼리 무어라 대화를 하긴 했으나, 알 겨를이 없어 그냥 지나쳤다
 
마을은 그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무언가 집집마다 저마다 다른 문명의 빛깔을 뽐내고 있어서
여기가 유럽인지, 몽골인지, 혹은 타 지역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몽롱한 색채였다
 
하지만 그게 사람이 살만한 곳이라고는 볼 수 없었고,
내부의 모습도, 그저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것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마치 수백년이라도 된것같은 폐허한 마을이야-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며 무언가 그래도 정든 이 마을이 정말 신비하게 느껴졌다.
대로지만 좁은 길을 계속 따라 걸으니, 그래도 이 마을에선 그나마 크다고 자부할수 있겠다-
싶은 탁 트힌 곳이 나왔다.
물론 그 옆으로는 줄줄이 폐가들이 늘어서 있었지만-실제로는 사람이 사는집이긴 하나-
그 넓은 곳의 구석진 곳에는, 그남여 다른 건물보단 크다고 생각되는 건물이 있었다
아니 그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낡음의 문제였다
 
다른 건물이 수백년 되는 동안, 이 건물은 무언가 웅장하고, 신건축적인 느낌이 들어 여 타 건물보다는
신식처럼 보이었다.
 
그리고 뭔가 안에서 사람 사는 내도 나는것 같고.
 
 
실례라는 것을 알면서도 문을 잡아 당기어 내부를 둘러보았다.
수많은 서적이며, 기계들이 즐비해 있어, 도무지 발 디딜 틈이라고는 없는 곳이었다
 
내부에 더 많은 방이 있는듯 하나, 큰 기계들과 사람이 움직이는 소리가 위협적으로 들리어 거기까진
차마 들어가 보지 못하고, 그저 그 크기가 들쑥날쑥인 책들이 즐비한 서고쪽으로 왔다갔다 할 뿐이었다
 
그리고 뭔가 크게 밀려오는 압박감 때문에 자신은 서고쪽에 눈을 고정할 수 밖에 없었다.
 
 
'The Books of Enoch'
 
 
자신의 이름을 띈, 크기가 여타 책들보다는 조금 큰 그 고서적을 꺼내 안을 보아하니,
빽빽하게 들어찬 헤브리아어 사이로, 아주 작은 글씨의 라틴어가 보였다.
 
 
'Ubi es tu non revertitur'
 
한장을 넘기니, 역시 헤브리아어 사이에 문득 보이는 라틴어가 나타났다.
자신도 알게 모르게 그 글자를 읽을 수 있다는건 매우 신비했다
 
'Quam mater mundi'
 
 
뜻을 모르나, 왠지 재밌어져 그는 또 다시 다음장을 넘겼다.
이번에도 라틴어가 나올줄 알았으나, 이번에 나온건 천사의 그림 위에 당당히 써져있는 큰 글씨였다
 
'왜 이제 왔어?'
 
 
에녹 자신은 머리에 무언가가 닿이는 느낌을 마지막으로 꿈에서 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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