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줄까?"
문득 턱을 괴고 그렇게 말했다.
그도 그럴께 이번엔 어딜 갔다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번 마지막에 봤을때는 완전 심란한 표정으로 사라지더만,
이제서야 돌아온 것이다. 그 동안의 공백기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태연해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교복?"
그렇지만 저번에 공고가 떴는걸,
D클래스에서 C클래스라니, 이런 만만찬은 능력으로 C클래스라니,
물론 그 모두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지만, 실로 나빠서 싫다 어쩌다기 보다는,
그저 조금 무서웠던 것 뿐이다.
대체 내 어디가 공방이 가능한 능력일까, 하고 곰곰히 말해봐도, 평소 소환되는 것들을 생각하면 될 것같기도 하고,
하지만 한번도 그런쪽으로 이용해 본 적이 없어서 매우 당황스러웠다.
형한테 검술이라도 배워야하나,
쨌든 교복을 새로 맞춰야 하기 때문에 예전 교복은 필요없어지게 된 것이다.
입학할때와 달리 커버린 키 때문에 저번에 새로 맞춘 교복이 또 아까웠고, 아직 많이 입어보지도 못했으니까.
이번에 D클래스로 옮기게 된 형에게 줄까, 하는 생각이었다.
"형 D클래스로 바뀐다는 소식 못 들었어?"
".....몰라"
하긴 지난주에 막 돌아온 사람에게 무얼 기대하겠냐만은,
그래도 판게아 선생님이라던가 말씀하지 않으셨나,
쨌든 잘 할 수 있겠어? 하고 물으니, 뭐 어떻게든 되겠지란 표정으로 태연이 나를 쳐다보길래, 그저 안심했다.
맨 처음 만났을때부터 느껴지는 그런 여러모로한 복잡성과, 긴박함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그건.
맨 처음의 그는 조금 다급해보였다.
항상 어딘가로 나갔으며, 신능고로 거처를 옮겼을때도 한시도 빠지지 않고 경계를 열곤했다.
그의 목에서 피가 나올때마다 그만둬주길 바랬지만,
언제나 다급한듯 바삐 움직였다.
그렇게 그가 데려온 사람이 한명 한명씩 늘어나고, 그들은 이 곳에서 안정을 찾는 반면, 형이 그러지 못하는게 마음에 걸렸다.
저번에는 유일하게 나에게 말을 하고 떠난 여행이었다.
좀 멀리갔다올께, 수식을 못찾으면 못돌아올지도 몰라-
형이 내 손에 찬찬히 그린 단어들은 대충 저런 뜻으로 생각된다.
몇 달이나 오지 않아서 걱정되었지만, 그래서 돌아온 걸 보고서는 바로 화를 낼려고 했었다.
그게 형의 이랬던 편안한 표정때문에 날라가 버렸고, 지금처럼 찜찜하면서도 마음이 놓이는 상황이 도래된것이다.
억지로 내 교복을 형에게 입히고는, 잘 맞아서 또 놀랬다.
그렇게 많이 크진 않았을텐데, 분명 아직까지도 체격 차이도 있고.
내가 큼 과 동시에 형이 말랐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거 받아도 괜찮을까, 라는 표정을 짓고는 괜찮다고 넘겨버리자, 조용히 자신의 기숙사에서 자신의 교복을 내주는 것이었다.
C클래스로 옮기는 건 어떻게 알았어? 라고 묻자 그냥 조용히 웃어버리고 말았다.
자기 이름은 안보고 내이름 본거야?
가족이니까.
입모양으로 조근조근히 그렇게 말한 것 같다.
"나 C클래스 괜찮을까"
테이블에 팔을 뻗고는 그 속에 얼굴을 묻었다.
아침에 능화사의 바이올린 현을 봐준다고 일찍일어난게 화근이었다.
게다가 카멜레온에게 시달리기도 했지, 그 상태로 자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잠이 쏟아졌다.
문득 형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 같았다.
"고생했어"
"어..."
"......많이 컸네"
시모 자신은 아는지 모르는지 조금은 코가 시려진것 같은 기분이 드니 훌쩍댔다.
교복 헐렁헐렁하면 가디건 사러갈까? 하는 시모의 목소리가 점점 잠겼다.
에녹은 이런거에 감동먹다니 아직까진 그래도 어린애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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