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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녹서

mission1




요정의 여왕...?
나에게 제일 소중한것으로 변한다, 라니.
나에게 소중한것이 뭘까, 곰곰히 생각해보았지만 별로 떠오르는것이 없었다.
빗자루? 뭐...사물이니까 탈락인가, 
이 쪽으로 넘어오고나서는, 저쪽의 일을 대부분 잊어버렸기때문에, 별로 그렇다 할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형....이 나올려나?"

시모는 작게 그럴지도 몰라, 라며 수긍했다.
막상 쉽다고 느껴졌던 미션은 형을 생각하니 갑자기 어려운 미션으로 느껴졌다.
형의 모습이면 때리지 못할 것이다.
살짝 때리는 것 정도는 가능할지도, 근데 그걸로 공격이 되나?

이번 미션은 되게 상대적이구나- 
그래도, 저번의 구멍나무보다는 훨씬 쉬워보여

시모는 가면갈수록 미션이 쉬워지는것 같다고 느꼈다.
물론 자기가 신능고에 적응해서 그런걸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로 자신때의 미션이 어려워서 그런걸수도 있다.
이제 교사 한켠에 무수히 자리잡은 교목나무들을 봐도 별로 아무렇지도 않다.

'원예부인가, 왜 자꾸 저런걸 늘리는거야..'

그도 그럴께 교목나무에서 가끔씩 튀어나오는 이물질들은 청소하기에 매우 버거웠다.
딱히 청소부가 이 학교에 있는 것도 아니고, 원예부들이 딱히 치워주지도 않는다,
게다가 구멍나무에 걸려있는 해먹을 보고는 깊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뭐 일단 오늘의 청소도 끝냈겠다, 중앙 현관으로 시모는 천천히 이동했다.
이 시간엔 사람이 별로 오지 않는것인지, 몇명의 신입생들- 그것도 걱정하고 있는- 빼고는 딱히 성공했다던가, 잠에 들어 실려 나온다던가 하는 학생이 많이 있지는 않았다.

'모 아님 도 아니겠어'

거울 주위에 서서 주변을 잠시 둘러보았다.
그도 그럴께 자신이 하는 주먹질로는 공격이 전혀 되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했고, 아무리 그래도 요정인데, 쓸만한 것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 라고 생각한 것이다.

신입생들 몇명이 들고있는 날붙이나, 아니면 주위에 널브러져 있는 배트 따위가 보여서 빌리거나 들고 갈려고 했지만,
'....형이었지...'

형을 베거나, 배트 같은 저런 삭막한걸로 때릴 순 없다.
"후,,.,"
시모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냥 빈손으로 거울 안으로 들어갔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대비책도 없이 들어가는건 바보나 하는 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짓을 한 시모는 자신을 원망했다. 
뒤늦게 거울 안이 보이자 문득 드는 생각인 것이다.
하지만 후회해봤자 뭘해,
다시 되돌아갈 수 있나? 지금이라도 배트가 아니더라도 자잘한 것 하나정도는, 자신의 싸리빗 정도는 챙겨오고 싶었다.
 
거울 안은 그냥 횡량했다.
그냥 이질적인 차가운 유리의 느낌,
그렇지만 무언가 다른 하얀색의 형용할 수 없는 기체들이 떠다님으로써 그것들은 조금 완화시켜주고 있는 것 같았다.
거기에 조금 이끌려 앞으로 한발자국씩 뗄떼마다 기체들이 자신의 발 빝에서 으스러졌다.
이런 느낌은 처음 느끼는 것도, 그다지 아니다.
저번에도 입학미션때였나, 그때는 철이 없어서 조금 신기하단 느낌에 이런 느낌이 묻혔던걸로 기억하지만,
이 느낌은 딱히 이곳의 느낌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상대적은 신비함, 조금의 두려움, 걱정감 등이 섞인 감정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능화사놈은 느껴본 적 있겠지.
저번에 헬게이트? 같은 곳에 들어갔다가 큰일 날 뻔했다고 바이올린을 만지며 나에게 말하는 그의 모습이 생각났다.
딱히 후회하냐고 묻자 그는 신경질 적으로 A음을 긁어대면서 무어라고 쫑알쫑알 거렸다.

항상 표현이 어색한 놈이라 그 속에 들은건 그래도 찾아내기 쉽지만.
이놈이 화를 내면 거기엔 좋은뜻이나 다른 의미가 섞여있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살짝 떠보면 녀석은 아무 말 못하고 묵묵히 바이올린 선이 이상하다던가, 활이 이상하다던가, 아니면 화장실에 가고 싶다던가 해서 자리를 뜨는 것이었다.

"정말로 거울 속으로 들어오면 이럴것 같네."

딱히 거울 속에 진짜로 들어가본 적은 없어서 그런 기분은 잘 모르지만,
분명 이런 소재를 가지고 쓴 소설들은, 이러한 곳은 분명히 바탕으로 할 것이다. 라고 느껴지는 그런 오묘한 느낌? 이라고 설명해야하나.

시모는 그런 것을 설명할 말재주는 없었기에 딱히 무어라고 이 기분은 정의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도 이 기분이 그렇게 좋은 기분은 아니었기에, 빨리 어서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그러고보니 돌아갈땐 어떻게 돌아가지? 
그 곳에서 가만히 있을걸 그랬나,
괜히 앞으로 걸어온 자신을 후회하면서도, 에이 누가 어떻게든 해주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해버렸다.
자신이 돌아오지 않으면, 이 학교는 분명 날 찾으러 올것이다.
처음의 미심쩍은 느낌은, 이제 탁류로 흘러가버린지 오래였다.
왜 형이 굳이 이 학교로 올려고 했는지, 알것같았다.
물론 형이 그것을 깨닫는데는 나보다 오랜 기간이 걸렸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조금 아이러니를 느낄수밖에 없었겠지.
 
일단 그래도 무언가 하나정도는 손에 쥐고 있어야 그래도 나타나지 않을까- 란 생각이 미쳤다.
아무리 그래도 싸울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대에게 모습을 드러내는건 싫지 않을까? 란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시모는 딱히 이 곳엔 청소할 것이 없지만, 이라고 중얼거린 후에 무엇을 생각해낼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상한걸 생각해내면 이상한게 소환될 확률도 높았고,
기왕에 랜덤인 이상 좋은걸 소환해보자 라는 속셈이었다.

아니 애초에 자신이 이렇게 곰곰히 생각하는 타입이었나?
무언가를 생각하다니 문득 든 생각은 고작 그런거였다.
일단 저지르고 보자! 가 모토 아니었나.
자신은 그냥 그런 타입이었다, 청소든, 아르바이트든, 시험이든-어...시험에는 이러면 안되는것 정도는 알고있다-일단 저지르고나서 항상 후회하는 타입.

 이렇게 곰곰히 생각한다는건 자신의 성격에 맞지 않아! 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잡념이라도 청소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무언가를 소환한 뒤에, 자신의 머리 위로 시원한것들이 마구 떨어진다는걸 알아챈건 정말 아무 생각없이 몇초를 그냥 보낸 후였다.

"뭐...뭐야 왜 물이 소환되..."

위가 어딘지 모를 곳에서, -쨌든 저 위 어딘가-에서부터 떨어지는 강한 물줄기는 마치 폭포라도 되는듯해서, 이 햐얗고 유리같은 공간을 물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자기 능력이 그러면 그렇지.
항상 이렇게 쓰임을 바라는때에 제대로 쓰인적이 한번도 없었다.
괜히 옷만 젖었어, 라고 투덜거리며 니트를 손으로 말아 꾸욱 짰다.
니트에서 물이 빠져나가자, 조금은 몸이 가벼워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심하라고 했는데"
 
올게 왔나-
모자를 벗어 물을 꼭 짜면서 시모는 뒤를 돌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문득 소환된 물기둥을 보고 불쾌감이 들었다, 왜 하필 이런게 소환되서,
물이라도 뿌려야 하나? 라고 잠시 생각해보았지만, 터무니 없는 말이다.
물뿌리는게 애초에 공격에 포함될리가 없지 않은가.
주먹질이라도 해야하나,
하지만 형이 그렇게 순순히 맞아줄것 같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를 그렇게 잠자코 때리거나, 공격할 사람도 아니다.
형과는 진지하게 싸워본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예측하기도, 결과를 알고싶지도 않았다.
차라리 다른걸 생각해서 싸리빗이라도 나왔으면 살짝 찔러보기라도 했을텐데.
문득 바보같이 행동이 먼저! 라고 외친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항상 이런식이지, 먼저 행동하고 좋은일도 있었지만, 나쁜일이 생기면 항상 이렇게 후회하고는 했다.
물론 거기서 이러지 말아야지, 하는 반성이나 성찰따위는 없다. 항상 내 업보라고 생각한다. 모 스님이 이걸 보면 무슨 생각을 하실까, 분명 의미 없는 행동들이라고 나를 꾸짖을지도 모르지.

대충 다 짠것 같은- 그래도 축축해서 쓰지는 못하는- 모자를 대충 교복 바지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젖은 바지에 젖은 모자의 이물질감은 상당했다. 경험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매우, 기분, 나쁘다.
 

"형 안녕"
 
형과 같은 얼굴이라니 기분나빠,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말을 건넸다. 평상시에 늘 하던 말로,
안녕- 이라고
 
앞의 형은 아무말 하지않고 그냥 빙긋 미소만 지어보일 뿐이다.

똑같아서 더 기분나빠.
 
 
 
"....아"

눈을 뜨니 그저 옆에서는 형이 묵묵히 복숭아를 접시에 담고 있을 뿐이었다.
어...내방인가?

"시원한걸 보니까 기숙사구나"

그말을 듣고는 형이 그릇을 보던걸 멈추고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걱정했다는 의미구나, 저 표정은.
"미션, 실패했어"

"...알아"

형이 찬장에서 이쑤시개통을 잡고 흔들었다, 몇개가 더 나온 모양인지, 몇개를 잡아 부러트린후, 쓰레기통에 넣고는, 남은 이쑤시개는 접시 옆에 가지런히 두고는, 내 옆으로 와 미리 집어진 한개를 건넸다.

"...형이 데려온거야?"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형은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럼 그때의 형도 보았을려나? 하고 형의 눈치를 살피니, 그저 묵묵히 복숭아만 먹고 있는 형의 행동으로 봐서는 못 본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헀다.

"...그냥....때리면되는데"

형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복숭아, 물렁해서 맛있네, 란 의미로 다 먹고 비어버린 이쑤시개를 형에게 건네니, 물렁한것만 골라서 다시 집어 주었다.
"알아. 그게 가짜란거"

뚱한 표정, 무얼 뜻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대충은 알 것같았다.
나를 비꼬고 있는거다.
대충 형의 표정은 대략적인 맥락만 알면 전부 파악이 가능했다.
지금도 그러한 경우고.
"빗자루라도 나왔냐는 물음이야 그 표정은?"

형은 그저 말없이 새 이쑤시개에 복숭아를 찍어서 줄 뿐이었다.
아직 다 먹지도 않았는데,
게다가 그거 딱딱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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