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정치를 왜 배운다고 생각하냐?"
"..."
어허, 또 그 알게뭐야라는 그 눈! 그 눈!
작자는 곰돌이 눈을 하나씩 붙이면서 나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저런걸 소일거리라고 하는거지만,
"신문값?"
"....."
아침마다 잘못 배달되는 신문들은 모두 학생들이 알아서 이 사람에게 가져다주곤했다.
그도 그럴께 이 사람이 보는 신문만 해도 손가락을 넘는다
쓰레기다, 쓰레기다 욕하면서도 보는 그 모습을 보는 재미가 의외로 쏠쏠하다, 고 판게아씨가 그랬다.
"신문을 끊어요"
"와 너 단호박"
무서워 무서워, 하며 어깨를 쓸어내리더니, 기운빠진다는 표정으로 그래그래 너 잘났다- 라며 손사래를 쳤다.
문제가 된 PMP를 들고, 판게아씨가 핀잔을 주는 것을 끝으로 교무실과는 안녕이었다.
기우뚱거리며 걷는 나를 보고는, 다들 한두번 이상하다고 쳐다보며 가기 일쑤였다.
그럴게, 교복은 오랜만에 입는 것이고, -평소엔 방에만 있으니까-
주위에는 기름냄새까지, 기피대상 1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소위 이 고등학교에서도 이런 류의 칙칙한 놈들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굳이 그런 녀석들을 찾아서 어울릴 생각도 없고,
또 분명 녀석들도 그럴 생각은 전혀 없으리라.
그래 밝은 성격의 네가 그렇게 내 팔을 잡고 오른팔 밑으로 쑤욱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
"바다의 향기!"
"후레쉬마린"
"안녕 선배"
"안녕하다"
또 오빠인거지? 하고 부축해주는 네가 그날따라 유독 얄미워 보였더라
우시윤, 스케쥴은? 하고 묻자 없어! 하고 단칼에 잘라내는걸 평소같으면 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겠지만,
그 베베꼬인 선생과 또 오늘따라 아침에 판게아씨가 바빠서 점검을 안해준 사실이 영 거슬리게했다.
아무 대답도 않자 맞네 맞아, 또 마도카마니카인가 그거 PMP로 보고있던거지? 하며 신경을 살짝씩 긁는다.
설마 그거 끝난지가 언젠데 내가 그걸 아직도 보고있겠냐, 라며 속으로 조금 투덜거리면서.
쨌든 만화쪽으로 계속 화제가 기운다면 분명 우시윤이 트집잡고 놀릴것이다.
아무 화제나 꺼내자는 심보로 대충 아까의 궁금증을 물었다.
"너희 오빠는 왜그렇게 신문을 많이 보는거지?"
왜 또 뭐 하고있어? 라며 갑자기 손을 놓길래 중심을 잡기위해 팔을 몇번 휘저었다.
시윤이 아차, 하더니 팔을 끌어당겨 다시 부축해주기 시작했고,
진정되고 나서야 곰돌이 눈깔, 이라고 침착하게 말할 수 있었다.
"끊을 수 없어서 그래"
조금은 의아한 표정으로 내려다 보자, 시윤은 얼굴이 조금 굳으며 태연한척 말했다.
연기자라 이거냐
"유학갔을때 9.11 테러 이후로 계속 저래."
무언가 더 궁금하긴 했지만, 분명 본인에게 물으면 실례라고 생각되었다.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는 것인데, 함부로 말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
판게아씨라면, 알고있지 않을까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였으니.
"판게아씨랑은 어떻게 알게되었을까"
"판게아쌤이랑은 어떻게 알게되었을까"
동시에 말한 그 답에 시윤의 올려다보는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아 잠깐 이거 어디서 본 장면 같아
"...선배 방금 그거 신경쓰인다!!"
완전 도용이야 이장면,
여자애 손아귀힘이 얼마나 쎈건지, 다리에서 나는 마찰음은 무시하고 그렇게 질질 끌려갔다.
그렇게 이젠 안녕! 이라고 말했던 교무실이, 다시 보이고 있었다.
안에서 나는 레몬차 향으로 봤을때, 오늘 야감 판게아쌤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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