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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녹서

P.s. 장례

그런걸 허무라고 할 순 없어,
좀더 깊은 허무는, 아직 네가 겪어보지 않았기에.
네가 모를 수 밖에
 
 
그럴수도, 라며 작게 그는 긍정했다.
알 수 없지만,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어,
 
 
 
이건 악몽이구나
 
 
 
정신없이 시끄럽게 울리는 울음소리, 발소리
한데 뒤섞여서 어지러운 광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저 새하얀 방,
달려나가도, 벗어날 수 없다.
그걸 알고 있었다,
다른 때의 악몽때도 그랬으니까,
 
 
무릎을 꿇고 향 한개비를 들어 불을 지피고는, 꺼지자 향로에 짜리몽땅한 향을 꼽았다.
여러가지 신호가 교차하면서, 주위를 둘러보게 했다.
이곳에 오는 사람이 있기는 한가?
아니 없다.
 
옆에서 비웃는 소음만이 들려왔다.
 
 
어때? 원망스러워?
네 자신에게 화가나? 아님 타인에게?
그렇지만 어쩌겠어, 니가 쌓은 업보가 이것밖에 안된다는 거잖아.
 
이 자를 위해 향을 꼽아줄 사람은 너밖에 없어.
항상 네가 생각해오고 있던 거잖아?
 
 
액자속에 있는 얼굴이 해맑지도, 그렇다고 무뚝뚝하지도 않은 표정으로 웃고있었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이 자와, 너, 둘중에 누가 더 깊은 허무를 느낄까?
이 와중에도 너는 네 자신이라고 느낄까?
 
 
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아직도 나 자신이 허무하다고 느끼는가?
그렇다.
 
비록 이 자 만큼은 아닐지라도, 그래도 나 자신도 허무한 것은 매한가지다.
의미가 없다, 살아가는 것에.
힘든 현실을 도피하고 싶을뿐이었다.
 
 
고개를 다시 들어 액자의 인물을 봤다,
이젠 익숙한 얼굴이 눈 앞에 보였다.
눈과 뺨에서 알 수 없는 듯한 이질감이 들었다.
 
 

 
 
 
**
 
익숙하지 않은 천장이었다.
머리에 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병원인듯 했다.
아까의 공포가 생각나, 팔로 몸을 쓸었다.
 
 
 
***
 
 
허무하지 않은 삶이란 없다.
다만 삶에서 무얼 해야하는지 모를뿐이고,
주위에 가득한 행복을 우리가 모르는것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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