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거품.
저 멀리 하늘에서 비춰오는 구름과 별빛.
잔잔히 들리는 비행기의 소리.
바다 내음은 아직도 신선한채로. 밤을 그득히 실어 나른다.
저 멀리 하늘에서 비춰오는 구름과 별빛.
잔잔히 들리는 비행기의 소리.

bgm : 은색 비행선 - supercell
"힘들어-"
되려 집에 거의 다 왔다는 그 생각 때문일까. 나는 이 언덕길을 잘 오르지 못했다.
항상 중반쯤 와서는 숨을 몰아쉬며 허리를 두드리거나, 아니면 무릎에 손을 대고는 상체를 기대기 일쑤다.
시내의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는 시기, 그 6시를 조금 넘어서 버스를 타고 내려 조금 걸으면 도착하는 7시쯤.
여름엔 슬슬 해가 떨어질 채비를 하는 때고 겨울은 이미 어둑어둑해져 별이 길을 비추는 때였다.
그 무렵에도 밤늦게 -혼날 각오를 하곤- 형제들과 돌아오며 매일 하는 놀이는 언덕길에 누가 먼저 도착하는가. 혹은 누가 먼저 북두칠성을 찾아내느냐~ 의 얘기였고. 그런 시시한 장난임에도 그때는 모두 어렸으니까. 매일매일 반복되는 놀이였지만 다들 재밌어 하는 기색이 역력한 그때.
항상 장난 가득에, 힘도 세서 장난으로 한번 맞기라도 하면 억울함이 가득 생기지만,
이후에 괜찮냐며 보듬어 주거나, 자그마한 실수가 있더라도 못본척 눈감고 다정하게 다시 내 이름을 불러주는 네 모습은 첫사랑의 그 심장고동과 완벽하리만큼 일치해선 아. 이대로는 안될정도로.
이 길을 끝까지 오르면
당신은 언제나 하품을 하면서
그곳에서 기다렸어.
바닷 바람 냄새가 나는 길에서.
계약서에 적힌건 틀림없는 사랑.
맞아, 난 평생 문학시간에만 쓸 줄 알았던 '사랑' 이라고 부르는 그 감정.
다른 때와 다름없이 너와 나는 장난을 가득 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힘내라는 그 말은 위로도, 격려도 되지 못한 채 지금까지 마음 속에 남아있다.
천천히 갈게. 빨리와. 같은 , 같이 가주겠다는 말도 아니었고 기다릴게 같은, 저 너머로 사라지지않겠다는 약조 또한 아니었기에.
나는 네가 다시 너머로 사라질것만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그런 짧은 희망임에도 너의 대답은 애매하기만 했다.
당신도 나도
어른이 되어간다고 그렇게 생각했었어
바다새가 울고있었던
그 여름 당신과 둘이서 돌아간 길
쫒고 또 쫒고 있어.
은색 비행선
힘차게 나아가는 네가, 해가 뜨는 저 너머로 넘어가는 네 모습이 보기 싫어서 나는 너를 정상에 다다르기 전에 항상 멈추게 했다.
그 짧은 순간만큼은 널 두고 넘어가지 않겠다는 약속이라도 받은것만큼, 네가 내 눈앞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뻐서.
이런 작은 것이라도 나에게는 엄청난 기쁨이 되어.
그렇지-
영원히 별을 본다는건 불가능한거구나.
빛나고 있는 바다만이 변하지 않고서
당신이 웃었던 그 언덕.
" 쵸로마츠. 오늘따라 어리광부린다? "
"언제는 안이랬다고? 저 원래 이래요."
그녀에게 전하려던 말은 차마 내뱉어지지 못하고 가슴 속에 머문다.
여자의 모습은 별이 되어, 나를 향해 미소짓는 모습은 저 먼 하늘에 은은히 펼쳐지는 별빛과도 같아 그만 수긍하고 말았다.
당신도 그런 따스함이 마음에 든 거겠죠.
그 부드러움엔 포용력이 가득해서. 언제라도 그를 받쳐주고. 그와 함께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 항상 남몰래 책임 지고 있던 그를 지켜보며 그 책임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여자였다.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일부러 뒤집어 앞서 그녀와 걷는 너를 향해 얼빠진 표정을 지어보였다.
네가 그녀와 함께 다시 언덕을 넘어갈 때까지. 틈틈히 뒤를 흘끗 쳐다보며 언덕을 내려갔다.
멈추고 싶은 욕구를. 네 옆에서 계속 걷고싶다는 욕구를 두 다리는 듣지 않았다.
토도마츠처럼 능청스럽게 옆에 붙는다던가. 장난식으로 저리가라는 말을 하거나,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볼을 쓰다듬는 바람 이 언덕
더 이상 이곳에는 아무도 없어.
오소마츠인데 여자친구?
실은 제일 비아냥 거리고 싶은건 자신이 아니었을까?
그렇기에 더욱 그럴 수 없는것임이 분명함에도, 오소마츠 너는 축하한다고 웃는 나를 향해 머리만을 쓰다듬어 주었다.
부모님을 위해 무언가를 가져온다던가. 가끔 야구를 격하게 한다고 옷을 찢어온 쥬시마츠의 것을 다시 꼬매준다던가-이후 쥬시마츠에게 다음엔 조심해 라고 말해주는것 또한 그녀는 잊지 않았다.- 이치마츠가 데리고 있는 고양이들에게 몰래 밥을 준다던가. 카라마츠가 농담으로 던지는 허세 가득한 말들에도 입을 가리며 웃어 주었다.-토도마츠의 친구들 소개시켜달라는 말은 외면했었기도 했지만.-
정해진 날짜.
정해진 날짜가 다가오면 너는 어떻게 될까.
너를 생각하는 마음은 큰데 너와 관련된 제일 중요한 일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다니.
모래는 불어오는 역풍에 물 너머로 가기는 커녕 내 앞으로 훅 불어와 눈물을 나게 했다.
아니, 이건 너 때문에 나는 울음이었다.
너는 그 날이 지나면 다시는 나와 형제들이 있는 곳에선 볼 수 없을 것이고 볼 수 있다 하더라도 내가 꿈꿀 수 있는-자리할수 있는- 너는 더이상 없을 것이다.
" 잊어버린 물건은 찾았어? "
나를 쫓아 온것인지, 아님 그 사람이 걱정되니까 찾아보라고 한걸까.
뒤에서 들려오는 그리운 너의 목소리에 울음을 꾹꾹 눈 속으로 다시 밀어넣고는 모래가 들어갔나보다. 하고 얼머부렸다.
뒤에는 찾지 못햇다는 말도 덧붙여서.
이미 어둑어둑해진 밤 공기는 차가웠고, 너는 집에서 가져온 듯 한 외투를 내 위로 걸쳐주었다.
도통 네 얼굴을 위로 올려다 볼 용기는 나지 않아서. 그저 아무 말 없이 다시 모래를 한움큼 쥐고 이번엔 발 치에 쏟아내렸다.
내 감정도 지금 쏟아져 내리는 모래처럼 쏟아져 내리면, 그나마 이 응어리가 풀릴까.
나혼자 몇년간 끙끙대고 앓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갑자기 치밀어 오르다가도, 말하면 안된다는 슬픔에 빠져 결국 알 듯 모를듯한 미묘한 감정이 되어버린다.
그 무렵 너를 멈춰 세웠던 나는 이런 일이 올거란 것을 알고 있었을까?
언젠가는 꼭 올 일이지만, 당장 겪을 일이 아니라 뒤로 미뤄두었던 어린애적인 발상밖에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조그마한, - 네가 나를 돌아봐주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 일로 쉽게 기쁨을 받는 어린 나에게 이런 일을 겪는다는 상상은 무리였을지도 모르지.
무엇이든 나는 내일의 너를 위해 무언갈 해야했다.
그것이 널 사랑하는 나의 의무였기에....
태양이 지고 늘어난 그림자
나는 당신을 쫓아갔어
"쭈욱 당신을 좋아해서"
하지만 나는 말하지 못했어.
내 손이 시려울까봐 손을 잡아주던 너도,
같이 웃긴 구름이나 별을 찾아보자고 제안하던 너도.
내일 식을 올리는 너와, 그 여자를 축복하기 위해서 내가 거칠 마지막 단계를 이제서야 실현하는 것이다.
멍청한 쵸로마츠, 그제서야 나는 널 좋아하게된 자기 자신에대한 자학을 관두고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데 대한 첫 표현을 했다.
난 덕에 평생 이 언덕길과 이 곳을 벗어나지 못할거 같아.
나는 그 마음 하나로 이곳에서 기다릴 수는 있을것 같아.
나는 그 마음 하나로 몇천번이고 이 마음을 실어 비행할 수 있을 것 같아.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 날 보고 당황한 네 표정이 보였다.
그래, 끝까지 몰라서 다행이야. 망할 장남.
"축하해 오소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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